유재수 구속… 권력형 비리로 번지나

유재수 구속… 권력형 비리로 번지나

임일영 기자
입력 2019-11-28 01:12
수정 2019-11-28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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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혐의로 수감… 檢, 靑 정조준

조국 민정수석 때 유재수 감찰 돌연 중단
檢, 曺·백원우 곧 소환해 실세 개입 추궁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위 첩보 전달 주목
‘靑하명’으로 수사 개입했는지 집중 조사
靑 “유감… 하명수사 지시한 바 없다” 반박
법조계 “정권 흔들 수사로 확대 가능성도”


검찰이 27일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하며 유 전 부시장 사건이 권력형 비리로 번질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 수사는 과거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전현직 관계자들을 향할 전망이다. ‘조국 사태’ 여진에 더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경찰 수사 개입 등에 이르기까지 조국 체제 민정수석실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을 흔들 대형 변수가 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서울신문 DB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서울신문 DB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밤늦게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여러 범죄혐의의 상당수가 소명됐다”면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의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증거를 없앨 염려가 있어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유 전 부시장은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유 전 부시장에 대해 뇌물수수·수뢰 후 부정처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유 전 부시장이 수차례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점을 들어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유 전 시장은 “금품은 받았지만 대가성은 없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부시장이 구속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전현직 고위직 참모들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2017년 말 청와대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다 돌연 중단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또 검찰은 감찰 중단 이후 유 전 부시장이 꾸준히 영전한 배경에 ‘윗선’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이 부산·경남(PK) 친노(친노무현) 인사들과 가깝고, 감찰 이후 징계는커녕 부시장으로 영전하는 과정에서 여권 실세가 움직였다는 의혹도 야권에서 제기된다. 유 전 부시장이 뇌물수수 의혹뿐만 아니라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이 사건이 정권 실세의 권력형 게이트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검찰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이 중단된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황운하(57) 대전경찰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황 청장이 울산경찰청장 재직 당시인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 ‘청와대의 하명’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현 정권의 핵심을 향해 검찰이 메스를 잇따라 들이대는 모양새가 되자 검찰 수사에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은 “고소·고발이 들어옴에 따라 각 검찰청에서 수사하는 사건일 뿐”이라며 수사에 대한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가장 먼저 수사를 시작한 서울중앙지검의 조 전 장관 일가 수사, 서울동부지검의 유 전 부시장 비리 의혹 수사, 전날 서울중앙지검으로 재배당된 황 청장 수사까지 모두 별개의 사건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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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지난해 6·13 지방선거 직전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해 ‘하명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이날 둔산동 대전청사를 나서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지난해 6·13 지방선거 직전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해 ‘하명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이날 둔산동 대전청사를 나서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개별 사안에 대해 하명수사를 지시한 바가 없다”며 “비위 혐의 첩보가 접수되면 절차에 따라 관련 기관에 이관하는 당연한 절차를 두고 마치 하명수사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유 전 부시장과 황 청장 사건 모두 사실상 조 전 장관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여권은 짙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 개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검찰이 조 전 장관을 확실하게 옥죄려는 것은 물론, 민정수석실까지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조국의 ‘생사’에 검찰의 명운이 걸린 상황 아닌가”라며 “무리수로 드러나면 분명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조 전 장관이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은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뿐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사실상 조 전 장관을 겨냥해 세 갈래로 수사를 진행하며 압박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이달 들어서 조 전 장관 일가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의 수사 속도가 느려졌고, 이를 두고 유 전 부시장 비리와 함께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와 속도를 맞추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세 사건 모두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위로 이어질 수 있어 조국을 넘어 정권을 뒤흔들 수사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19-11-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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