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정도 심할수록 코로나19 쉽게 침투하게 하는 효소 증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
미국 국립보건원(NIH) 제공
한국뇌연구원 퇴행성뇌질환 연구그룹은 나이 많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의 몸 속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받아들이는 수용체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2)가 증가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 ‘감염학’에 실렸다.
많은 연구를 통해 코로나19는 70대 이상 고령자에서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며 폐렴, 당뇨, 천식 같은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도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노년층에서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기저질환의 하나인 치매와 코로나19 감염위험성을 파악하기 위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고령 환자의 뇌조직과 혈액 유전체 빅데이터를 이용해 전사체 분석기법으로 Ace2 유전자 발현량을 분석했다.
안지오텐신전환효소라고 불리는 Ace2 유전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결합해 인간 세포 안쪽으로 침입할 때 활용되는 것으로 Ace2가 많이 나타날수록 코로나19에 쉽게 감염될 수 있다.
분석 결과, 일반 노년층보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노년층에서 Ace2가 더 많이 나타났으며 알츠하이머를 유발시킨 생쥐의 뇌 조직에서도 같은 변화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초기, 경증, 중증 치매환자의 유전체를 추가로 분석한 결과 치매가 진행될수록 Ace2 유전자가 일반인에 비해 각각 135%, 148%, 164%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또 중증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혈액에서는 경증 환자에 비해 Ace2 유전자가 적게 나타났지만 뇌 조직에서는 더 많이 나타나 Ace2 유전자가 뇌에 집중돼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주재열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간 상관관계를 밝혀내 나이 많은 치매환자가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라며 “퇴행성 뇌질환을 기저질환으로 갖고 있는 노년층에 대한 진단과 치료전략을 새롭게 세워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