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뒤 허정무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은 흔들렸다. “아시아 지역예선을 통과했으니 이제 외국인 감독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허 감독은 “좋은 분이 있다면 해야겠지만, 외국인 감독이 무조건 좋다는 식은 곤란하다.”며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허 감독은 국내파 감독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월드컵에 나섰고 첫 원정월드컵 16강을 달성했다. 2002년 거스 히딩크에서 시작돼 움베르투 쿠엘류-요 본프레레-딕 아드보카트-핌 베어백으로 이어진 ‘파란눈 사령탑’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토종 감독은 안 돼.”라는 편견도 타파했다.
그 바람은 K-리그로 번졌다. 올 시즌 그라운드는 국내파 감독들로만 짜여졌다. 2001년 이후 10년 만이다. 포항 레모스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경질됐고, FC서울 넬로 빙가다 감독의 재계약은 불발됐다. 무려 8개팀 사령탑이 바뀌었고, 신생팀 광주FC의 최만희 감독까지 포함해 새 얼굴 9명이 도전장을 내민다.
외국인 감독이 외면당한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이름값 있는 감독을 영입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합리적인 가격이라 해도 딸려오는 코치나 체류비, 통역 등 추가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축구단 예산 내에서 맘에 쏙 드는 감독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선수단과 소통도 어렵다. 언어가 다른 데다 문화 차이도 크다. 게다가 단기계약인 경우가 많아 성적을 내기에 급급하게 된다. 짧은 시간 K-리그 경기스타일이나 선수 특징을 파악하는 것도 낯설 수밖에 없다.
K-리그를 거쳐간 외국인 감독 12명 중 우승트로피를 든 사람은 베르탈란 비츠케이(1991년·대우)·세르히오 파리아스(2007년·포항)·빙가다(2010년·FC서울) 세명뿐이다.
2010시즌의 국내감독 돌풍도 한몫했다.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제주를 리그 준우승으로 이끈 제주 박경훈 감독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든 성남 신태용 감독 등이다.
‘토종사령탑 유행’만큼 ‘세대교체 바람’도 거세다. 대부분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던 대표팀 출신. 특히 이번 16명 감독 중 6명이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 출전한 팀원이다.
J-리그 오이타에서 국내로 유턴한 황보관(FC서울) 감독을 비롯, 최강희(전북)·박경훈(제주)·최순호(강원)·이영진(대구)·황선홍(포항) 감독이 발을 맞춰 뛰었다.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2차전(1-3 패)에서 터진 황보관 감독의 ‘대포알슛’은 최순호 감독이 밀어준 패스에서 나왔다. 박경훈, 최강희 감독도 그라운드에서 함께 득점포를 즐겼다.
올해 부산 수석코치로 부임한 ‘팽이’ 이상윤도 이탈리아 대회 멤버. 전북 최인영·이흥실 코치, 대전 윤덕여 코치, 강원FC 구상범 코치 등 1990년 월드컵 대표팀은 K-리그의 대세다.
당시 대표팀 트레이너였던 허정무(인천) 감독까지 합친다면 리그 최대 파벌(?)인 셈. 지난 시즌 차범근(전 수원)·조광래(전 경남) 감독 등 5명이던 ‘1986멕시코월드컵 세대’는 종말을 고했다. ‘이탈리아 세대’는 양뿐 아니라 성적에서도 어느덧 주류가 됐다. 2009년 최강희 감독이 전북을 통합 우승시키며 신호탄을 쏘더니, 지난해엔 박경훈 감독이 제주를 리그 2위로 올려놓으며 중심에 섰다. 황선홍 감독도 ‘초보 딱지’를 떼고 지난해 FA컵 결승에 올랐다.
‘대한민국 승리’를 위해 한마음으로 뛰던 청년들이 ‘우리팀 승리’를 염원하는 중년이 되어 만났다. 얽히고설킨 인연이 많을수록 그라운드는 더 뜨거워진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현대오일뱅크’ 올 타이틀스폰서
현대오일뱅크(대표 권오갑)가 2011년 프로축구 K-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정몽규)은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타이틀스폰서 협약식을 갖고 올해 대회 공식명칭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로 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후원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타이틀스폰서 현대자동차의 후원금(23억원)을 크게 웃도는 30억원으로 추정된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그 바람은 K-리그로 번졌다. 올 시즌 그라운드는 국내파 감독들로만 짜여졌다. 2001년 이후 10년 만이다. 포항 레모스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경질됐고, FC서울 넬로 빙가다 감독의 재계약은 불발됐다. 무려 8개팀 사령탑이 바뀌었고, 신생팀 광주FC의 최만희 감독까지 포함해 새 얼굴 9명이 도전장을 내민다.
외국인 감독이 외면당한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이름값 있는 감독을 영입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합리적인 가격이라 해도 딸려오는 코치나 체류비, 통역 등 추가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축구단 예산 내에서 맘에 쏙 드는 감독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선수단과 소통도 어렵다. 언어가 다른 데다 문화 차이도 크다. 게다가 단기계약인 경우가 많아 성적을 내기에 급급하게 된다. 짧은 시간 K-리그 경기스타일이나 선수 특징을 파악하는 것도 낯설 수밖에 없다.
K-리그를 거쳐간 외국인 감독 12명 중 우승트로피를 든 사람은 베르탈란 비츠케이(1991년·대우)·세르히오 파리아스(2007년·포항)·빙가다(2010년·FC서울) 세명뿐이다.
2010시즌의 국내감독 돌풍도 한몫했다.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제주를 리그 준우승으로 이끈 제주 박경훈 감독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든 성남 신태용 감독 등이다.
‘토종사령탑 유행’만큼 ‘세대교체 바람’도 거세다. 대부분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던 대표팀 출신. 특히 이번 16명 감독 중 6명이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 출전한 팀원이다.
J-리그 오이타에서 국내로 유턴한 황보관(FC서울) 감독을 비롯, 최강희(전북)·박경훈(제주)·최순호(강원)·이영진(대구)·황선홍(포항) 감독이 발을 맞춰 뛰었다.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2차전(1-3 패)에서 터진 황보관 감독의 ‘대포알슛’은 최순호 감독이 밀어준 패스에서 나왔다. 박경훈, 최강희 감독도 그라운드에서 함께 득점포를 즐겼다.
올해 부산 수석코치로 부임한 ‘팽이’ 이상윤도 이탈리아 대회 멤버. 전북 최인영·이흥실 코치, 대전 윤덕여 코치, 강원FC 구상범 코치 등 1990년 월드컵 대표팀은 K-리그의 대세다.
당시 대표팀 트레이너였던 허정무(인천) 감독까지 합친다면 리그 최대 파벌(?)인 셈. 지난 시즌 차범근(전 수원)·조광래(전 경남) 감독 등 5명이던 ‘1986멕시코월드컵 세대’는 종말을 고했다. ‘이탈리아 세대’는 양뿐 아니라 성적에서도 어느덧 주류가 됐다. 2009년 최강희 감독이 전북을 통합 우승시키며 신호탄을 쏘더니, 지난해엔 박경훈 감독이 제주를 리그 2위로 올려놓으며 중심에 섰다. 황선홍 감독도 ‘초보 딱지’를 떼고 지난해 FA컵 결승에 올랐다.
‘대한민국 승리’를 위해 한마음으로 뛰던 청년들이 ‘우리팀 승리’를 염원하는 중년이 되어 만났다. 얽히고설킨 인연이 많을수록 그라운드는 더 뜨거워진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현대오일뱅크’ 올 타이틀스폰서
현대오일뱅크(대표 권오갑)가 2011년 프로축구 K-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정몽규)은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타이틀스폰서 협약식을 갖고 올해 대회 공식명칭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로 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후원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타이틀스폰서 현대자동차의 후원금(23억원)을 크게 웃도는 30억원으로 추정된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1-02-2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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