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스포츠] ‘14년차 노장’ KCC 추승균

[피플 인 스포츠] ‘14년차 노장’ KCC 추승균

입력 2011-03-04 00:00
수정 2011-03-0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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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배들 움직임 이젠 눈에 훤하죠”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아무도 없었다. 함께 울고 웃던 동기들, 형처럼 보살펴 주던 선배들은 모두 코트를 떠났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프로 14년 차. 마흔에서 딱 두살 모자란 포워드. 언제부턴가 ‘팀의 맏형’으로 불린다. ‘노장 투혼’ 같은 단어들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난 변한 게 없는데, 언제나 운동하던 대로 하는 것뿐인데….” 프로농구 KCC 추승균의 말이었다. 표정이 담담했다. 3일 경기 용인의 KCC 전용훈련장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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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KCC 추승균이 3일 경기 용인 KCC 전용 체육관 인터뷰실에서 농구공을 안고 웃고 있다. 지난 시즌 부진했던 추승균은 은퇴설에 시달렸지만 최근 활약으로 ‘회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로농구 KCC 추승균이 3일 경기 용인 KCC 전용 체육관 인터뷰실에서 농구공을 안고 웃고 있다. 지난 시즌 부진했던 추승균은 은퇴설에 시달렸지만 최근 활약으로 ‘회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간은 흘렀고 농구판도 많이 변했다. 농구 스타일도, 코트에서 뛰는 얼굴들도 거지반 바뀌었다. 그런데 안 변한 게 있다. 프로농구 초창기, ‘소리 없이 강한 남자’로 불리던 추승균은 여전히 ‘강한 남자’다. 오히려 최근엔 ‘요란하게 강한 남자’다. 여기저기서 “회춘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려온다. 아예 펄펄 나는 수준이다.

최근 6경기에서 평균 12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LG전에선 20득점하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20득점 이상 기록한 경기만 5번이다.

사실, 지난 시즌부터 올 시즌 초까지 안 좋았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8.8점을 기록했다. 데뷔 뒤 처음 경험한 한 자릿수 득점이었다. 여기저기서 “은퇴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힘들었다. “마음이 많이 안 좋더라고요. 프로 생활 시작한 뒤 그런 얘기들을 처음 들어서 그런지….” 추승균이 말을 흐렸다.

처음엔 부상 때문이었다. 발목을 다쳤다. 나이 들어 찾아온 부상은 후유증이 있었다. 좀처럼 페이스가 안 돌아왔다. 올 시즌 초엔 밸런스 잡기가 힘들었다. KCC 허재 감독은 올 시즌부터 추승균의 출전 시간을 조절해 줬다. 체력 안배를 위해서다. 그런데 그게 독이 됐다. “십몇년을 경기당 40분 가까이 뛰다 갑자기 바꾸려니 리듬을 못 맞추겠더군요. 몸이 풀릴 만하면 벤치로 들어가고, 땀이 식으면 다시 코트에 나서고….” 좀처럼 실마리를 찾기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해법은 무엇이었을까. 결국 항상 하던 대로 돌파하는 게 답이었다. 언제나처럼 성실하게 묵묵히 운동에 열중했다. 코트에선 여전히 궂은일과 수비에 매진했다. 주변 얘기는 신경 안 썼다. “저 스스로 자신이 있었어요. 잠깐 등락이 있었을 뿐이지 체력도 실력도 그대로였으니까요.” 슬슬 페이스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새해를 기점으로 득점이 늘어났다. 허 감독도 추승균의 출전 시간을 늘리기 시작했다. “잘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운동하면서 단 한번도 안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지난달 26일 삼성전에선 프로 통산 9500득점 기록을 달성했다. 전자랜드 서장훈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의미가 있다. 만년 2인자 이미지로 살아 온 추승균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늘 동료들 몫이었다. ‘소리 없이’ 조연이길 자청했던 ‘남자’는 그 어떤 스타보다 길고 뚜렷하게 프로농구에 족적을 남기는 중이다. “오래 꾸준히 넣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편하게 하려고요.” 정작 대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담담했다. 매 경기가 전쟁이다. 열살 이상씩 어린 선수들과 살을 비비고 뼈를 부딪친다. 마흔 가까운 노장에겐 버거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추승균은 거뜬하다고 했다. “힘은 달리지요. 그런데 오래 하다 보니까 다 방법이 생기더라고요.” 그 방법이 뭘까. “어느 순간부터인가 어린 선수들 움직임이 슬로모션처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든지 요리가 가능합니다.” 노장 포워드가 웃음을 보였다.

글 사진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1-03-04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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