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언더핸드 투수’ 김대우·정대현 해부
지난주 프로야구 최고 히트 상품은 넥센 김대우였다. 지난 4일 깜짝 화제를 낳았다. 한화전에 등판해 1이닝을 삼진 3개로 막았다. 데뷔전이었다. 다음 날엔 1과3분의2이닝 4삼진 무실점했다. 야구판이 시끌시끌했다. “저런 투수가 어디 숨어 있다 나타난 거냐.”고들 했다. 투구 자세 하나만 가지고도 주목받을 만했다. 국내에 보기 드문 정통 언드핸드스로 투수다. 손이 거의 땅에 닿는다. 그러면서 직구는 시속 140㎞를 넘나든다. 스스로는 “정대현 선배의 안정감과 임창용 선배의 와일드함을 닮고 싶다.”고 했다. 투구 자세로만 보면 임창용보다는 정대현에 가깝다. 신형 잠수함과 기존 정대현의 비교는 필연이다. 둘은 같고도 다르다.●직구 궤적이 다르다
둘 다 밑에서 위로 던지는 건 같다. 그런데 직구 궤적엔 차이가 있다. 정대현의 직구는 위로 솟구치다가 다시 아래로 떨어진다. 직구지만 정통파 투수의 포크볼과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 평균 구속은 135㎞ 정도다. 이 정도 공이 타자 앞에서 낙차 크게 떨어지면 대책이 없다. 타자 입장에선 착시현상이 생긴다. 밑에서 던지니 공이 올라오는 것 같지만 실제론 떨어진다. 더구나 제구는 타자 무릎 가장 낮은 위치에서 왔다 갔다 한다. 말이 직구지 변화구의 변종이나 마찬가지다.
김대우의 직구는 상대적으로 빠르다. 140㎞까지 찍는다. 가장 낮은 곳에서 출발해 타자 바로 앞에서 솟구친다. 타자 입장에선 익숙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경험 자체를 거의 못해 봤던 궤적이다. 정대현의 커브도 위로 떠오르지만 그건 스피드가 115㎞대에 그친다. 문제는 체감 스피드다. 김대우를 상대한 타자들은 “시속 145㎞ 이상의 위력이었다.”고 했다. 공 끝이 그만큼 좋다. 스피드건이 오버핸드 각도에 맞춰져 있어 정확하지 않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위력은 김대우, 구질은 정대현
기본적으로 둘 다 구질은 단순한 편이다. 정대현은 직구-커브-싱커를 주로 던진다.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직구와 싱커는 타자 앞에서 떨어진다. 싱커는 떨어지면서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살짝 휜다. 그러나 궤적은 직구와 비슷하다. 반면 커브는 밑에서 오다가 위로 솟아오른다. 타자 입장에선 날아오는 공이 솟았다 꺼졌다 하는 셈이다. 매번 구속도 10㎞ 이상씩 오락가락한다. 감을 잡기가 힘들다. 몇 가지 구질만으로 타자들을 요리할 수 있는 이유다.
반면 김대우는 떨어지는 공이 없다. 구사하는 구질은 직구와 커브 두 가지다. 둘 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솟아오르는 궤적을 그린다. 이러면 타자 눈에 익을 가능성이 있다. 간간이라도 떨어지는 공을 던져야 상대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정명원 넥센 투수코치는 “싱커와 체인지업을 연습하고 있다. 실전에서 사용하게 되면 직구 위력이 배가될 것”이라고 했다. 아직은 시험단계다. 그러나 정 코치는 “손목 힘이 워낙 좋아 싱커 습득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투구 자세의 분명한 차이
투구 자세 차이는 분명하다. 우선 눈에 띄는 건 릴리스포인트다. 김대우가 정대현보다 낮다. 지면 1~2㎝ 바로 위에서 릴리스포인트를 형성한다. 특유의 유연성 때문에 가능한 자세다. 그러면서 손목은 세워져 있다. 강한 손목으로 최대 스피드를 만들어낸다. 전체적인 역동성에선 정대현을 앞선다. 정대현은 “내가 예전에 꿈꿨던 자세”라고 했다. 정대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세를 구사한다. 고질적인 왼쪽 무릎 부상 때문에 스트라이드 폭이 김대우보다 작다. 릴리스포인트도 다소 위에 있다. 자연히 상체는 더 서 있는 듯한 모양새다. 폭발력이 모자란 대신 제구는 훨씬 안정적이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1-06-1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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