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명예회복 이끈 볼 코치

박태환 명예회복 이끈 볼 코치

입력 2011-07-25 00:00
수정 2011-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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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이 아버지처럼 따르는 호주 출신 지도자

박태환(22·단국대)과 전담 지도자인 마이클 볼(49·호주) 코치의 환상적인 궁합이 2011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박태환과 볼 코치의 인연은 지난해 1월 시작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따며 세계를 놀라게 한 박태환이 1년 뒤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출전한 세 종목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자 그의 훈련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그해 10월 SK텔레콤스포츠단의 후원으로 ‘박태환 전담팀’이 꾸려졌다.

하지만 전담팀에는 정작 있어야 할 전담 지도자가 없었다.

박태환은 2009년 두 차례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할 때에만 데이브 살로(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국내에 머물 때는 태릉선수촌에서 노민상 전 경영대표팀 총감독의 지휘 아래 훈련했다.

하지만 이원화된 훈련을 하면서도 대표팀과 전담팀 사이에는 훈련 프로그램 공유 등 공조가 원활하지 못했다. 엇박자는 고스란히 ‘로마 참패’로 이어졌다.

이후 대한수영연맹과 SK텔레콤스포츠단은 ‘박태환 특별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술 향상을 도울 외국인 지도자를 물색했고, 결국 볼 코치가 박태환의 손을 잡았다.

1987년부터 지도자의 길을 걸은 볼 코치는 최고 지도자 자격증인 ‘플래티넘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볼 코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제자 스테파니 라이스가 3관왕(여자 개인혼영 200m와 400m, 계영 800m)을 차지하면서 올해의 호주 수영 코치상을 받는 등 실력을 인정받은 세계적인 지도자다.

볼 코치는 호주 브리즈번의 세인트피터스웨스턴클럽에서 헤드코치를 맡으며 호주 대표 선수들도 가르치고 있다.

이번 상하에 대회에도 라이스를 비롯해 볼 코치의 지도를 받는 7명의 선수가 호주 대표로 뽑혔다.

볼 코치는 박태환의 전담 지도자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 전 스페인 대표팀 감독직을 제안받는 등 선택의 폭이 넓었다. 하지만 박태환의 부활을 돕기로 마음을 정했다.

후원 기업이 아니라 한국 수영을 이끄는 대한수영연맹 차원에서 영입을 제안한 만큼 보수도 생각보다 훨씬 적은 금액에 전담 코치직을 받아들였다.

이후에는 중국수영연맹 쪽에서 자국 선수들을 지도해달라는 부탁도 있었지만 거절했다.

볼 코치는 박태환이 ‘강박의 수영’에서 벗어나 ‘신명의 수영’을 하게 도와줬다.

박태환은 로마 대회 직후 대한수영연맹 내 구성된 박태환특별강화위원회 위원과의 면담에서 “수영할 때 즐거운 마음이 50%, 의무감이 50%다”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로마 대회에서의 실패로 큰 충격을 받았다.

박태환은 이후 “볼 코치를 만나 수영하는 즐거움을 되찾았다”고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기했다.

”아버지 같다”고 말할 정도로 볼 코치를 믿고 따랐다.

볼 코치는 부드러우면서도 규율을 중시한다. 선수들이 몸에 문신하는 것도 탐탁지 않게 생각할 정도로 보수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박태환에게 더 잘 맞는 지도자일 수 있었다고도 말한다.

박태환은 지난해 호주 전훈에서 볼 코치의 지도를 받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르는 등 옛 기량과 자신감을 되찾았다.

볼 코치는 광저우에서 박태환이 경기 후에도 수영장에 계속 남아 다른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끝까지 지켜봤다. 비록 자신이 박태환만을 가르치지만, 한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볼 코치는 이번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남자 자유형 400m가 아주 힘들면서도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환의 레이스에 대한 믿음이 배어난 말이었다.

그리고 박태환은 이방인 스승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4일 열린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빛 물살’을 가르며 한국 수영스타의 세계무대 복귀를 알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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