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모드 핸드볼 왕언니
4년 전 한창 베이징올림픽 꿈을 부풀리고 있을 때였다. 우선희(33·삼척시청)는 당시 소속팀이던 브라쇼프(루마니아) 경기 도중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편파판정 끝에 재경기까지 치러 우여곡절 끝에 따낸 올림픽 티켓이었다. 소속팀을 오가며 올림픽 본선행에 힘을 보탰지만 축제를 코앞에 두고 수술대에 올랐다.우선희
‘월드베스트7’에 두 번이나 뽑힐 정도로 특급스타로 활약한 그녀였지만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두 차례 연장 접전 끝에 덴마크에 져 은메달을 땄던 게 유일한 기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올림픽을 뛰지 못한 게 선수 생명을 연장시켰다. 우선희는 “베이징에 출전했다면 1년 정도 더 뛰고 은퇴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십자인대가 파열되고 연골이 손상된 중상에도 올림픽을 밟을 날을 꿈꾸며 재활에 매진했다. “올림픽이라는 꿈이 없었다면 다시 복귀할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고도 했다. 운동이 너무 힘들어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정상에 선 뒤 은퇴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일본에 져 동메달에 그치면서 태극마크 반납은 또 미뤄졌다. 5회 연속 금메달이 불발된 것에 대한 책임감이 무섭게 괴롭혔다. 그래서 우선희에게 런던은 ‘마침표’를 찍는 무대다.
국가대표 주장으로 후배들과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을 하는 책임감은 막중하다. 하지만 코트 위의 실력은 여전하다. 라이트윙 자리는 2001이탈리아세계선수권 이후 10년 넘게 붙박이다. 21일 SK핸드볼경기장에서 실업선발팀을 대상으로 한 평가전에서도 우선희는 팀 최다인 7골을 넣으며 팀 승리(38-21)를 이끌었다. 김온아·조효비(이상 인천시체육회)·이은비(부산BISCO) 등 어린 선수들이 주축인 만큼 우선희의 풍부한 국제경험과 노련미가 전력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우선희는 “지난달 유럽 전지훈련 후 선수들 시야도 넓어지고 자신감도 생겼다. 남은 기간 체력과 정신력으로 부족한 경험만 메우면 된다.”고 후배들을 칭찬했다.
여자대표팀은 덴마크·노르웨이·스페인 등 핸드볼 강국과 같은 조에 속했다. 퀵테스트(삑삑이)와 타이어끌기, 스텝훈련 등 강도 높은 체력훈련으로 ‘유럽 덩치’들을 상대할 준비를 마쳤다.
우선희는 “아테네올림픽은 영원히 잊지 못할 최고의 대회는 맞다. 그러나 또 한번의 올림픽을 준비하다 보니 은근히 금메달 욕심이 생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물러나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2-06-2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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