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치는 슈틸리케 감독
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 대 이라크 경기.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시작 전 애국가 제창이 끝나자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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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사령탑인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지난 9월 태극전사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팬들에게 전달한 말들을 되돌어 보면 그의 책임감과 실천율이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준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신데렐라’ 이정협(상주)과 김영권(광저우 헝다)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하며 27년 만의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조별리그 때부터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 경기력으로 1-0 승리를 반복했던 대표팀이 꾸준히 무실점 승리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팬들은 대표팀이 상대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한다며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를 ‘늪 축구’라고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컵은 슈틸리케 감독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언했던 내용이 하나둘씩 퍼즐이 맞춰지듯 들어맞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오는 31일 대망의 결승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이 그동안 해왔던 말들을 되돌아본다.
◇ ‘지지 않는 축구’에 대한 약속 =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9월 취임기자 회견 자리에서 지지 않는 축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기가 끝나고 팬들은 점유율이 얼마였는지 패스 슈팅 몇 번이었는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승리가 중요하다. 승리의 요인은 어떤 날은 티키타카일 수도, 다른 날은 공중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은 4개월 만에 아시안컵에서 현실이 됐다. 대표팀은 조별리그 3경기와 8강, 4강전까지 내리 이기면서 전승으로 결승에 올랐다.
특히 오만전(1-0승)에서는 90%에 가까운 패스 성공률을 보여준 한국은 이라크전에서는 헤딩골을 선보이며 공중볼을 활용했다. 팔색조 전술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승리를 따냈다. 어떤 경기 내용을 보여주더라도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말이 그대로 들어맞은 셈이다.
◇ ‘무실점 승리’에 대한 신념 = 스페인 프로축구 명가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 수비수’로 활약한 슈틸리케 감독은 누구보다 수비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수비 훈련에 많은 시간을 쏟은 이유에 대해 “집을 지을 때 지붕을 먼저 올리지 않고 기초를 닦게 마련”이라면서 “그래서 수비를 먼저 집중적으로 연습했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미국프로농구(NBA)의 ‘격언’을 이야기하면서 “”공격을 잘하는 팀은 승리하지만 수비를 잘하는 팀은 우승을 차지한다”며 “대표 선수를 선발할 때에도 수비에 중점을 뒀고 수비 안정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무실점 승리를 약속한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공약을 그대로 이행하고 있다.
비록 다득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은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 평가전을 시작으로 아시안컵 5경기까지 6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
◇ ‘그가 찍으면 뜬다’ 슈틸리케 법칙 =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2월 제주도 전지훈련에 참가할 선수를 발표하기에 앞서 “우리는 배가 고픈 선수가 필요하다”며 “열정과 의욕이 있는 선수가 있다면 경험 나이와 관계없이 발탁할 수밖에 없다”고 공언했다.
그렇게 뽑은 선수가 바로 ‘신데렐라’ 이정협이다. 축구 팬들에게조차 낯선 얼굴이었던 이정협은 말 그대로 ‘출전시간에 대한 배고픔’을 앞세워 이번 아시안컵에 나선 슈틸리케호의 최고 스타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A매치 경력이 전무한 이정협을 사우디아라비아전 후반에 투입했고, 그는 데뷔골로 화답했다. 이정협은 호주전에 선발 출격해 결승골을 잡아내더니 이라크와의 준결승전에서도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선발에 대한 안목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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