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이기고 우는 건 메이저대회 우승하고 나서요”

정현 “이기고 우는 건 메이저대회 우승하고 나서요”

입력 2015-10-23 08:56
업데이트 2015-10-23 08:5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시즌마감 인터뷰…올림픽 출전도 유력하지만 “아직 실감은 안나요””운동은 조금 못해도 인품 갖춘 선수 되고파…운동까지 잘하면 더 좋고요”

한국 테니스 기대주 정현(19·삼성증권 후원)에게 2015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다.

지난해 연말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 랭킹 173위였던 정현은 올해 5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며 투어급 선수로 성장했다.

그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투어보다 한 단계 아래인 챌린저 대회를 주무대로 삼았으나 3월 ATP 투어 마이애미오픈에 와일드카드로 출전, 단식 본선 2회전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토마시 베르디흐(5위·체코), 마린 칠리치(14위·크로아티아)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맞붙어 선전한 정현은 US오픈에서 메이저대회 단식 본선 첫 승을 따냈고, 같은 대회 2회전에서는 스탄 바브링카(4위·스위스)와도 매 세트 타이브레이크 접전을 치렀다.

또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금메달에 이어 올해는 광주 유니버시아드 단식 정상에 오르는 등 국가대표로서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지난주 중국 상하이 롤렉스 마스터스를 끝으로 2015시즌을 마친 정현은 귀국 후 아버지 정석진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과 역시 테니스 선수인 형 정홍(건국대) 등을 응원하러 전국체전이 열리는 강원도 춘천을 찾았다가 22일부터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훈련을 재개했다.

정현은 “올 한해를 돌아보면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역시 선수는 결과로 말하는 것인 만큼 만족할 수 있는 시즌이었다”고 자평하며 “사실 올해 초만 해도 50위권은커녕 100위 안에 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초반 호주와 홍콩에서 열린 챌린저 대회에서 성적이 좋아 자신감을 얻었다”며 “앞으로도 욕심내지 않고 내 나이에 맞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초까지 세계 랭킹 36위까지 올랐던 이형택의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게 한국 테니스의 현실이었으나 정현이 급성장하면서 이형택의 기록알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런 정현이지만 올해 아쉬움이 남는 경기는 분명히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소에다 고(111위·일본)에게 5월 서울오픈 챌린저 결승과 이달 초 상하이 롤렉스 마스터스 예선 결승에서 연달아 1-2로 역전패한 것이나 8월 윈스턴세일럼 오픈 3회전에서 루옌쉰(91위·대만)에게 져 8강 진출이 좌절된 장면들은 아쉬움이 클 법했다.

그러나 정현은 “밖에서 보기에 그렇게 보실 수 있지만 그 선수들은 최고 랭킹이 지금 내 순위보다 훨씬 높았던 베테랑들”이라며 “어떤 경기든 패하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지만 이런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등하게 경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의젓하게 답했다.

가장 긴장하고 들어갔던 경기로는 역시 올해 첫 투어 대회 출전이었던 마이애미오픈 1회전과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 첫 승을 노렸던 US오픈 1회전과 바브링카를 상대한 US오픈 2회전 경기를 꼽았다.

시즌을 마친 그는 최근 여유를 즐기고 있다.

머리도 태어나서 처음 노랗게 염색했고 얼마 전에는 모처럼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놀라지 않았느냐’고 묻자 “처음에는 좀 그러더니 한 30분 지나니까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느냐’며 놀리고 예전 초등학생 시절로 금방 돌아가게 되더라”며 웃었다.

훈련과 대회 출전, 대회장 이동에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특별한 취미는 없다.

그는 “외국 나가면 숙소에서 쉴 때 한국 드라마 같은 것을 보는 게 취미라면 취미”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2016년은 정현에게 또 새로운 의미가 있는 한 해다.

대학생(한국체대 입학 예정)이 되기도 하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가능성도 크다. 또 50위권을 돌파해 본격적인 상위권 경쟁도 시작해야 한다.

정현은 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역시 1월 호주오픈이 2016년 초반에 가장 큰 대회인데 11월 초 기초군사훈련 4주를 받기 때문에 몸 상태가 어떨지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며 “올림픽 역시 아직 출전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그런지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현은 “올해는 50위권에 들었고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에서도 1승을 거두는 등 목표를 초과 달성한 시즌”이라며 “아직 젊은 나이니까 랭킹에 연연하지 않고 차근차근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성장은 서브를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서브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으나 올해 많은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정현은 “서브에 힘이 좀 붙은 것은 사실이지만 만족할 수준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발리 플레이와 수비 능력, 경험 등에서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다”고 자신에게 박한 평가를 했다.

정현의 ‘트레이드 마크’ 가운데 하나는 역시 안경이다. 투어에서 안경을 쓰고 경기에 나서는 선수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는 “안경을 벗으면 시력이 0.6 정도로 몹시 나쁜 편은 아닌데 약시가 있어서 사물을 보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경기를 하다 보면 땀이 흐르고 김이 서리는 등 불편한 점이 있지만 워낙 어릴 때부터 습관이 돼서 아무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와 형이 모두 테니스 선수 출신인 ‘테니스 가족’이지만 가족들간에 정작 테니스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는 편이다.

정현은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부터 테니스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게 열심히 해라’ 정도만 하셨다”며 “요즘은 오히려 제가 먼저 아버지께 오늘 경기가 어땠다고 먼저 말을 꺼내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형과는 서로 만날 기회가 별로 없는데다 둘 다 선수 생활을 하느라 대화가 많은 편은 아니라고 했다.

최근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동생과 함께 복식에 출전한 사례가 있었다고 얘기하자 정현은 “나도 형과 제주 국제주니어대회에 나가서 복식 우승을 한 경험이 있다”며 “언젠가 기회가 되면 형과 복식 경기도 뛰어보고 싶다”고 재미있어했다.

그에게 ‘나중에 어떤 선수처럼 되고 싶냐’고 물었다.

정현은 “운동만 잘하고 인성이 좋지 않은 선수는 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운동은 조금 못해도 좋은 사람으로 주위의 존경을 받는 선수가 되고 싶고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운동도 잘하고 성품도 훌륭한 선수가 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4년째 호흡을 맞추는 윤용일 코치가 강조하는 부분이라며 “그래서 제 롤 모델도 바로 윤용일 코치님”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눈물이 많은 편’이라는 정현은 “그런데 지금까지 경기에 이겨서 울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나 투어 대회 첫 승을 거두고도 좋아서 웃기만 했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하면 혹시 울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때는 아마 눈물을 흘릴 수도 있겠죠”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