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형택 이후 10년 만에 4강 진출에 ‘의미’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78위·삼성증권 후원)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MW오픈(총상금 48만2천60 유로) 4강에서 탈락했다.정현은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대회 6일째 단식 준결승에서 기도 펠라(158위·아르헨티나)에게 1-2(6-4 5-7 4-6)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이겼더라면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의 이형택 이후 한국 선수로는 14년 4개월 만에 ATP 투어 단식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정현은 이번 대회에서 생애 첫 투어 단식 4강 진출을 이룬 것에 만족하게 됐다.
경기 시작 8분 만에 상대 서브 게임을 한 차례 브레이크한 정현은 1세트 게임스코어 3-0으로 앞서 나가며 기선을 제압했다.
특히 정현은 지난주 바르셀로나오픈 예선 결승에서 펠라를 2-0(6-2 6-4)으로 제압한 바 있어 이날도 수월하게 승리를 챙기는 듯했다.
하지만 펠라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펠라는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정현에게 수차례 브레이크 포인트를 허용했으나 끝내 위기를 넘기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4-0으로 앞설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정현은 오히려 이후 내리 두 게임을 더 내주며 3-3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정현은 0-40으로 끌려갔지만 극적으로 듀스를 만들며 서브 게임을 지켜 펠라 쪽으로 넘어갈 뻔한 경기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게임스코어 5-4에서 펠라의 서브 게임을 한 차례 더 따낸 정현이 1세트 승자가 됐다.
2세트에서는 게임스코어 5-5까지 팽팽히 맞서다가 펠라가 정현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6-5로 한 걸음 앞서가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정현은 3세트 자신의 첫 서브 게임도 내주며 2세트 패배의 여파가 이어지는 듯했으나 곧바로 상대 서브 게임을 가져오며 맞불을 놨다.
게임스코어 4-3으로 앞선 정현은 펠라의 서브 게임에서 브레이크 기회를 얻고도 이를 살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고, 결국 곧바로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을 빼앗겼다.
15-40에서 강력한 포핸드 스트로크와 서브에 이은 제3구 공격으로 듀스를 만들었지만 왼손잡이인 상대의 각도 깊은 공격을 받아내지 못해 게임스코어 4-5로 밀리게 됐다.
낙담한 정현은 결국 마지막 상대 서브 게임에서 한 포인트도 따내지 못하고 2시간 40분 접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지난주 바르셀로나오픈 8강에서 ‘클레이코트의 황제’로 불리는 라파엘 나달(5위·스페인)을 상대로 1세트 타이브레이크까지 치르는 접전을 벌인 정현은 이번 대회 2회전에서는 톱 시드인 가엘 몽피스(16위·프랑스)를 2-0(6-2 6-4)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상승세를 탔다.
이번 대회 8강에서는 마르틴 클리잔(53위·슬로바키아)을 2-1(6-4 3-6 6-2)로 꺾고 한국 선수로는 10년 만에 ATP 투어 단식 4강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2007년 7월 이형택 이후 처음으로 한국 선수가 ATP 투어 대회 단식 4강에 진출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 랭킹에서도 앞서는 데다 바로 지난주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바 있는 펠라에게 덜미를 잡혀 생애 첫 투어 대회 결승 진출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이번 대회 4강 진출로 상금 2만 4천520 유로(약 3천만원)와 랭킹 포인트 90점을 얻은 정현은 다음주 세계 랭킹에서 65∼70위 사이에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현의 개인 최고 랭킹은 2015년 10월의 51위다.
정현은 귀국길에 올라 8일부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ATP 휠라 서울오픈 챌린저(총상금 10만 달러)에 출전한다.
서울 챌린저 단식 본선 2번 시드를 받은 정현은 1회전에서 알렉산더 사르키시안(297위·미국)을 상대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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