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대세론 “젊은 감독 중에 좋은 분들 많다” 고사 움직임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뒤를 이을 축구 대표팀 사령탑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허정무(62)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고사 의사를 밝히면서 신태용(47) 전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이 새로운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김호곤(66)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새로운 기술위원 인선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새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한 기술위 첫 회의를 열 계획이다.
차기 대표팀 감독은 기술위 회의를 거쳐 김호곤 위원장이 선발·추천한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협회 회장단의 의중도 새 감독 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축구협회 기류로는 ‘허정무 대세론’이 흔들리는 분위기다.
이용수(58) 전 기술위원장이 사퇴 회견에서 새 감독 자격 조건으로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열하게 치른 내국인 감독 출신”이라고 언급하면서 허정무 부총재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허정무 부총재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대표팀 감독으로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경력 때문이다.
또 허 부총재가 호흡을 맞췄던 현 대표팀의 정해성(59) 수석코치와 설기현(38) 코치 등 코칭스태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새로 기술위원회 수장에 오른 김호곤 위원장이 새 감독의 조건으로 ‘소통’을 강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월드컵에서 ‘경험’보다 선수들과 소통에 강한 ‘젊은 감각’에 더 무게를 싣고 있어서다.
이런 협회 분위기 속에 허정무 부총재의 입장에도 미세한 변화가 감지된다.
당초 허 부총재는 “한국 축구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제안이 온다면 주위 분들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2일 프로축구 FC서울-전북간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해서는 “젊은 지도자 중에서 좋은 분들이 많지 않으냐”면서 손을 가로저었다. 후배들에게 대표팀 감독 중책을 양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공교롭게도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총출동했다.
허정무 부총재와 신태용 전 U-20 대표팀 감독, 정해성 대표팀 수석코치 등 3명은 경기장 3층 귀빈석에서 김호곤 위원장과 함께 경기를 관전했다. 또 다른 후보인 최용수(44) 전 FC서울 감독은 관중석에서 조용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허 부총재가 젊은 감각을 강조하는 협회 분위기 속에 ‘고사’ 의지를 보이면서 무게추는 신태용 전 감독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신 감독은 지난 달 끝난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지휘한 데다 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슈틸리케 전 감독을 대표팀에서 보좌한 경험까지 있다.
현재 대표팀에서 뛰는 손흥민(토트넘) 등 젊은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협회 회장단에서도 차기 감독으로 신태용 감독이 거론되는 분위기다.
아울러 새 감독을 선임하면서 계약 기간을 남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만으로 제한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새 감독이 현재 위기를 타개하고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지휘한다면 본선까지 이끌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신태용 카드’ 외에 정해성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키거나 최근 중국 장쑤 쑤닝 사령탑에서 물러난 최용수 전 서울 감독을 파격 발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해성 수석코치는 선수단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장악력에서 다소 약점을 보인다는 평가다.
또 최용수 전 감독은 강한 카리스마가 돋보이지만, 대표팀 코치진 경험이 없다는 게 감독 선임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한편 김호곤 위원장은 전임 이용수 위원장 체제 때의 기술위원 10명 중 상당 인원을 교체할 예정인 가운데 인선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첫 회의를 소집해 감독 선임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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