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린 얼음판 ‘쌍두마차’

태극기 휘날린 얼음판 ‘쌍두마차’

한재희 기자
입력 2019-03-11 22:42
수정 2019-03-12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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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男쇼트트랙 전종목 석권

임효준, 1000·1500·3000m·계주 ‘4관왕’
황대헌 500·1000m 金·銀 개인 종합 2위
임 “친동생 같아” 황 “서로 많이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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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10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걸친 채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효준, 홍경환, 황대헌, 박지원.  소피아 로이터 연합뉴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10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걸친 채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효준, 홍경환, 황대헌, 박지원.
소피아 로이터 연합뉴스
“젊고 강한 선수들을 지닌 한국의 강세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홈페이지를 통해 2019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 결과를 알리면서 함께 밝힌 한국 남자대표팀에 대한 평가다. 한국 쇼트트랙 남자대표팀은 10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끝난 이번 대회에서 전 종목을 석권했다. 1000m, 1500m, 3000m 슈퍼파이널에서 금메달을 딴 데다 계주에서도 우승을 합작한 ‘4관왕’ 임효준(23)은 자신의 첫 세계선수권 개인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의 황대헌(20)은 개인 종합 2위에 올랐다. 1976년 이 대회가 생긴 이후 한국 국적의 남자 선수가 종합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18번째이며, 한국 남자 선수가 개인 종합 1~2위를 나란히 차지한 것은 2013년(1위 신다운·2위 김윤재) 이후 이번이 6년 만이다.

‘쌍두마차’ 임효준과 황대헌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완성시켰다는 것을 보여줬다. 3살 차이인 두 선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2017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해 태극마크를 단 뒤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성장해왔다. 1위로 선발된 임효준은 평창 대회에서 금메달 1개·동메달 1개를 따내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고, 대표팀의 막내였던 황대헌도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 시즌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에서 두 선수는 한층 성숙한 기량을 뽐내면서 개인 종목 금메달만 3개씩 차지했다.

두 선수는 이번 세계선수권 1000m·1500m·3000m에서 모두 결승선 통과 직전까지 치열한 각축을 벌였다. 임효준은 1500m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앞섰던 황대헌이 신체접촉으로 실격처리돼 금메달을 차지했다. 3000m와 1000m에서도 임효준은 노련한 플레이로 막판까지 금메달 경쟁을 벌이던 황대헌을 제쳤다. 지난달 월드컵 5차 대회에서 어깨를 다쳤던 임효준은 수술까지 미루고 참가한 끝에 최고의 성적을 냈다. 이번 대회에서는 임효준에게 다소 밀렸지만 황대헌도 한국 선수들의 약점으로 꼽히는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자존심을 지켰다. 결과와 상관없이 결승 레이스가 끝날 때마다 두 선수가 서로에게 다가가 격려해주는 모습이 종종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임효준은 “황대헌은 마치 친동생 같다. 누가 이기든 간에 늘 행복하다”고 말했고, 황대헌은 “항상 서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자부에서는 개인 종목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따낸 최민정(21)이 종합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수잔 슐팅(22)이 네덜란드 여자 선수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종합 1위에 올랐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9-03-1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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