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사망에 월드컵 조직위원장 “죽음은 삶의 일부”

이주노동자 사망에 월드컵 조직위원장 “죽음은 삶의 일부”

임병선 기자
입력 2022-12-09 05:59
수정 2022-12-0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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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이 축구공 하나에 울고 웃고 기뻐할 때 필리핀 국적의 한 이주노동자가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사우디아라비아의 캠프를 보수하다 목숨을 잃었다. 아르헨티나의 스타 플레이어 리오넬 메시가 네덜란드와의 8강전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도하의 카타르대학 구장에서 훈련하는 다리 모습을 포착했다. 도하 AFP 연합뉴스
우리 모두가 이 축구공 하나에 울고 웃고 기뻐할 때 필리핀 국적의 한 이주노동자가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사우디아라비아의 캠프를 보수하다 목숨을 잃었다. 아르헨티나의 스타 플레이어 리오넬 메시가 네덜란드와의 8강전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도하의 카타르대학 구장에서 훈련하는 다리 모습을 포착했다.
도하 AFP 연합뉴스
“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다.”

한 이주 노동자가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경기를 치르는 동안 작업 중 숨진 일에 대해 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이렇게 답해 인권단체가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8일(현지시간) 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앞서 성명을 발표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애도의 뜻을 밝혔는데 정작 대회를 운영하는 최고 책임자는 이렇게 공감 안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나세르 알 카터르 위원장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던 중 취재진이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실망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답을 조금 길게 옮겨본다.

“지금 당장 그 얘기를 하고 싶다는 건가? 내 말은, 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란 것이다. 일하다 죽을 수도 있고, 잠자다 죽을 수도 있다. 물론 한 노동자가 죽었다. 유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 하지만 당신이 첫 번째 질문으로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봐라, 노동자들의 죽음은 월드컵 기간 중요한 주제였다. 사람들이 말하는 모든 것, 노동자들의 죽음이 반영된 모든 것은 온통 거짓이었다.

이 주제, 월드컵을 둘러싼 이런 부정적인 내용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것들이다. 우리는 이렇게 거짓된 얘기들을 과장하는 언론인들에 무척 실망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많은 기자들이 왜 이 문제를 그렇게 오래도록 터뜨리고 싶어하는지 이유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로스나 베굼 대변인은 “카타르 관리의 답변은 숨진 이주노동자를 전혀 존중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개탄한 뒤 “죽기 마련이고 자연스럽다는 그의 언급은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이 피할 수 있었던 일이란 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국적에 40대 초반의 이 노동자는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이 훈련장으로 사용하던 알와크라의 리조트를 보수하던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주차장 조명을 고치는 업무를 맡은 그가 지게차와 나란히 걸어가는 중 경사로에서 미끄러졌고, 머리 부분을 크게 다쳤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정확한 사인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소식통들은 사고 당시 이 노동자가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노동자를 고용한 업체에서 장비를 제공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식통들은 또 피해자와 지게차 운전자 외에 다른 노동자가 작업을 보조하고 감독했어야 했는데 파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카타르는 월드컵 개막 전부터 이주노동자 처우에 소홀해 많은 이들이 시설 건설 중에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그런데 대회 조별리그 기간에도 노동자가 작업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카타르가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뒤 10년 동안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지에서 온 노동자 65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지난해 보도했다. 카타르 측은 심장마비 등 노동과 관련 없는 사고로 37명이 사망했고, 특히 공사 현장에서 숨진 노동자는 3명뿐이라고 반박해 왔다.

그런데 지난달 말 하산 타와디 조직위 사무총장이 영국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월드컵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400∼500명이라고 털어놓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조직위가 아니라 카타르 당국이 나서 이 사고를 수사 중이다. 조직위 측은 “관할 밖의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며 고인은 조직위 소관이 아닌 업체에서 일한 만큼 관련 정부 부처가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타르 정부 관계자는 “안전 수칙이 준수되지 않았다면 문제의 업체에 대한 법적 조치에 돌입하면서 재정적 측면에서 강력한 벌칙을 부과할 것”이라며 “작업 관련 사고로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하면 조성한 기금에서 보상금이 지급된다. 3억5000만 달러(약 4600억원)가 투입된 기금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 앰네스티의 이주노동자 권리 연구자인 엘라 나이트는 “불행히도 알 카터르는 모든 인명 사고를 철저히 조사했다고 말했을 때 실언한 것이다. 이건 완전히 진실이 아니다”면서 “우리와 다른 단체들은 몇년이나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대신 그네들은 엄청 많은 숫자의 죽음을, 가혹한 여건에서 일하게 만들어 명백히 건강 문제가 있었음에도 그저 자연사라고 서류에 기재하면 끝이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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