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3점 차 참패 ‘아르헨 쇼크’
22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D조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의 경기가 열리기에 앞서 국가가 울려 퍼지자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이마를 꾹꾹 눌렀다. 아르헨티나와 자신의 운명을 미리 직감했을까. 이날 0-3 참패를 당했다. 1차전에서 아이슬란드에 1-1로 비겼던 아르헨티나는 이로써 1무1패로 탈락 위기에 봉착했다.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1958년, 1962년에 이어 2002년 한·일월드컵이 마지막이다.리오넬 메시.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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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필더 싸움에서 크로아티아에 밀리다 보니 공격수인 메시에게까지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메시는 경기 내내 손으로 이마를 짚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 줬다. 관중석에 있던 아르헨티나의 축구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58)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있던 일부 팬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1958년 스웨덴월드컵에서 체코슬로바키아에 1-6으로 무릎을 꿇은 뒤 60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3점 차 이상으로 패하자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메시의 중압감은 엄청나다. 그가 1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해 아이슬란드와 비겼기 때문이다. 라이벌 호날두는 벌써 4골이나 넣었다. 보다 못한 메시의 모친 셀리아 쿠시티니는 최근 아르헨티나 방송에 출연해 “가끔 메시가 고통받으며 우는 모습도 본다”며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호르헤 삼파올리 아르헨티나 감독도 “팀이 메시를 제대로 받쳐 주질 못했다”며 메시를 두둔했다.
메시는 2016년 6월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칠레와의 결승에서 승부차기를 실축해 준우승에 머물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설득한 끝에 국가대표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다시 은퇴하라는 비난 여론도 있다. 심지어 이날 영국의 일간지 미러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정통한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여러 명의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날 것”이라며 메시의 대표팀 은퇴를 전망했다. 아르헨티나와 메시에게 남은 러시아월드컵이 90분일지 그 이상일지는 오는 27일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결정 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8-06-23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