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대국민 사기극” 거센 후폭풍
대행사 ‘호날두 45분 출전’ 계약서 공개위약금, 수익 4분의1 안돼… 먹튀 가능성
분노한 팬, 집단 소송… 1000여명 참여
송종국 “에스코트 키즈 2000만원 요구”
호날두, SNS에 “집에 와 좋다” 글 논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팀K리그의 친선경기에서 경기 출장 의사가 없는 듯 귀고리를 한 채 벤치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다. 호날두는 경기 때는 귀고리를 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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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 대행사인 더페스타는 지난 27일 유벤투스가 제출한 출전 명단과 ‘호날두 45분 출전’이 명시된 계약서상의 일부 표현을 공개했다. 전체 원문은 비밀유지조항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신문이 이날 계약서 내용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유벤투스가 내야 하는 위약금은 자신들이 가져가는 돈(약 40억원)의 4분의1도 채 되지 않아 손해를 감수하고 ‘먹튀’를 노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 주관 대행사인 더페스타가 지난 27일 공개한 유벤투스의 출전 명단. 손글씨로 쓴 이 엔트리에는 ‘7번 호날두’의 이름이 또렷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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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축구팬들은 ‘호날두 노쇼’에 집단소송 방식으로 ‘직접 반격’에 나섰다. 전날 법률사무소 명안이 착수한 소송인단 모집에는 28일까지 1000여명이 참여 의사를 표명했다. 이 법률사무소 공식 홈페이지는 접속량 폭주로 때때로 접속이 불가능했다. 김헌기 변호사는 “팬들은 호날두가 출전할 것으로 알고 표를 산 것이기 때문에 민사상 계약 완전불이행, 채무불이행 등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추후 주최 측의 대응을 보며 적용 법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친선경기 중 A보드를 통해 지상파로 생중계됐던 해외 스포츠 도박 사이트 광고와 관련해 더페스타를 처벌해 달라는 청원도 청와대 게시판에 올랐다.
26일 저녁 8시로 예정된 유벤투스와 팀K리그의 경기 지연 소식이 서울월드컵경기장 전광판에 공지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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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가 후반전에도 출전하지 않고 벤치를 지키자 실망한 팬들이 경기 도중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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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로 돌아간 호날두가 지난 27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집에 돌아와서 좋다’는 멘트와 함께 정상적인 모습으로 러닝머신을 달리고 있는 영상을 올렸다.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26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도착하기 하루 전 호날두가 근육과 컨디션 문제를 호소해 출전 여부를 고심했다”고 말했다.
호날두 인스타그램 캡처
호날두 인스타그램 캡처
궂은 날씨에도 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 5000명의 관중과 TV로 시청했던 국민들이 ‘악의’의 피해자가 됐다. 호날두와 유벤투스는 그 어떤 해명과 사과도 남기지 않았다. 호날두는 귀국 후 인스타그램에 ‘집에 와 좋다’는 표현과 환한 표정의 영상을 올려 한국팬들의 분노를 더했다. 호날두의 ‘45분 출전’ 조항으로 2시간 만에 매진된 입장권 수익만 60여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스포츠에서 역대 단일 경기 최고 수익을 거뒀지만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거센 비판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19-07-29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