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 3인방’ 5년만에 올림픽출전 꿈 이뤘지만…

‘썰매 3인방’ 5년만에 올림픽출전 꿈 이뤘지만…

입력 2010-02-23 00:00
수정 2010-02-2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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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메달권 들겠다”

│휘슬러 조은지특파원│“2010년에 우리 셋이 밴쿠버올림픽에 나간다면 정말 대단하지 않을까. 한번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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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 3종목’에 출전했던 루지의 이용(왼쪽부터), 스켈레톤 조인호, 봅슬레이 강광배가 미래를 기약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썰매 3종목’에 출전했던 루지의 이용(왼쪽부터), 스켈레톤 조인호, 봅슬레이 강광배가 미래를 기약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광배(37)-조인호-이용(이상 32·강원도청)은 2005년 ‘도원결의’를 했다. 호기롭게 목표를 던졌다. 그것이 실현될 거란 생각은 못했다. 하지만 불과 5년이 안 돼 꿈은 이뤄졌다. 강광배는 봅슬레이로, 조인호는 스켈레톤, 이용은 루지 선수로 당당히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썰매 세 종목 동반출전은 한국 최초였다.

지난 20일 캐나다 휘슬러의 슬라이딩센터.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경기가 한창이었다. 태극마크 헬멧을 쓴 조인호는 최고 시속 139.7㎞로 힘차게 코스를 내려왔다. 벽에 어깨를 부딪치면서도 미세하게 균형을 잡으며 피니시 라인까지 내달렸다. 1~3차 시기 합계 2분43초16으로 22위. 20위까지 주어지는 4차 시기 진출권은 놓쳤다. 잠깐 아쉬움이 스쳤지만 이내 밝은 미소를 되찾았다.

피니시 라인에는 초조하게 기다리는 강광배, 이용이 있었다. 셋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진한 포옹을 나눴다.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 도전했다는 자체가 서로 대견했다. 결과는 기대에 조금 못 미쳤지만, 괜찮았다. 더 빛나는 미래를 꿈꿀 수 있기 때문. ‘무에서 유’를 창조한 서로를, 이 순간만큼은 맘껏 칭찬하고 싶었다.

사실 썰매라는 것만 같지 루지와 스켈레톤, 봅슬레이는 확연히 다른 종목이다. 다른 나라를 봐도 썰매 종목 선수끼리 돕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강광배는 “김연아가 쇼트트랙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빗댔다. 하지만 ‘선구자’인 이들은 서로 의지해야 했다. 그렇게 끈끈하게 도와가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갔고, 그 길이 이제는 역사가 됐다.

조인호는 “시작한 지 5년 만에 올림픽에 출전했고 세계랭킹 22위까지 올라왔다. 한계도 보였지만 발전 가능성도 그만큼 큰 것”이라고 웃었다. 이용도 “이젠 올림픽 출전에 만족하지 않겠다. 다음엔 메달권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썰매 종목을 개척한 강광배는 “건물로 보면 기초공사의 90%가 끝났다.”면서 “씨를 뿌렸고, 이제 새싹이 나오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지도자가 될 사람 모두가 올림픽 경험을 했고, 국제연맹과의 유대관계도 좋다는 게 이유다. 선수도 거의 없고, 국내 경기장도 없는 가운데 나온 성적이라 오히려 발전할 수 있다고도 했다. 동계올림픽을 두 번이나 치러 인프라가 구축된 일본과 대등한 수준까지 간 걸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이제 남은 건 27일 봅슬레이 4인승. 강광배는 “열정을 싣고 달리겠다. 우리가 가는 길이 역사다.”라고 말했다. 조인호와 이용은 어김없이 버팀목이 돼 줄 것이다.

글 사진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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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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