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결산> ①‘이기고 보자’…실리축구 대세

<월드컵결산> ①‘이기고 보자’…실리축구 대세

입력 2010-07-11 00:00
업데이트 2010-07-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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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개최되는 지구촌 최대축구잔치 월드컵은 세계 축구의 흐름과 미래를 한눈에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1974년 서독 대회에서는 ‘전원 공격,전원 수비’라는 ‘토털사커’를 앞세운 네덜란드가 결승에 오르며 세계 축구의 변화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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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력의 오렌지군단  네덜란드 욘 헤이팅아가 7일 남아공월드컵 4강전에서 우루과이를 물리치고 결승행을 확정한 뒤 동료 베슬러이 스네이더르를 어깨에 번쩍 들어올린 뒤 한 손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케이프타운 AP 특약
괴력의 오렌지군단

네덜란드 욘 헤이팅아가 7일 남아공월드컵 4강전에서 우루과이를 물리치고 결승행을 확정한 뒤 동료 베슬러이 스네이더르를 어깨에 번쩍 들어올린 뒤 한 손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케이프타운 AP 특약
서독이 우승한 19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는 1980년대 후반 이탈리아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압박축구가 세계축구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이 대회는 대부분 팀이 강한 압박에 바탕을 둔 수비적 전술에 중점을 두면서 가장 재미없는 월드컵으로 축구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다.실제로 경기당 평균 득점(2.2골)도 역대 가장 적었다.

 이탈리아가 세계 챔피언이 된 2006년 독일 월드컵도 ‘공격축구의 실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대회에서 경기당 평균 득점이 2.3골(64경기 147골)에 그치자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축구의 핵심은 골이다.골이 없으면 관중도 떠난다”고 우려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한 경기 운영은 대세를 이뤘다.

 이번 대회 준결승까지 62경기를 치렀는데 고작 139골이 터졌다.경기당 2.24골이다.

 참가국이 32개로 늘어 총 64경기를 치르기 시작한 1998년 프랑스 대회(총 171골/경기당 2.7골) 이후 득점이 가장 적은 대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2002년 한일 대회에서는 총 161골(경기당 2.5골)이 나왔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변화도 감지된다.수비를 강화하면서도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승리에 필요한 골을 챙기는 ‘실리축구’의 추구가 그것이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 꽃은 피우지 못했지만,둥가 감독이 ‘삼바군단’ 브라질 대표팀에 접목하려 시도했던 것도 바로 실리축구다.

 현대축구의 주류였던 ‘토털사커’에 변화를 줘 업그레이드한 전술로 볼 수 있는 실리축구는 이번 대회 4강에 오른 유럽 3개국에서도 잘 드러난다.

 토탈사커는 단순하게 전원이 공격하고,다시 전원이 수비로 돌아선다는 의미는 아니다.

 선수들의 자연스러운 포지션 이동을 통해 상대를 압박하면서 볼 점유율을 높이고,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공격과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는 것이 토털사커의 시작이다.

 네덜란드가 1974년 서독 월드컵 당시 월등한 볼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이 자기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패스를 받으려고 끊임없이 공간을 찾아 움직이고,상대의 패스 길을 차단하기 위해 뛰어다녔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선수들에게는 강한 체력이 요구됐고,공·수 전환이 빠른 팀에는 종종 불의의 일격을 당하기도 했다.네덜란드가 주요 메이저대회에서 번번이 쓴맛을 본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새로 네덜란드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남아공 월드컵에 나선 베르트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왜 승리 대신 ‘좋은 축구’에 집중해야 하나,추하게라도 이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변화를 주려했다.

 그는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위해 수비를 강화했고,미드필더진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강조했다.

 네덜란드의 ‘실리 축구’는 남아공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을 포함해 본선 준결승까지 14연승이라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회 결승에 올라 네덜란드와 맞선 ‘무적함대’ 스페인은 오히려 원조 네덜란드보다 더 정통 토털사커에 가까운 느낌이다.

 서형욱 MBC해설위원은 “현대축구의 흐름은 투톱 대신 원톱을 세우고 미드필더에 많은 선수를 배치하는 것이다.또 전통적 윙플레이보다는 중앙 지향적인 플레이를 많이 하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말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강호들은 대부분 최전방에 원톱을 세운 4-2-3-1이나 4-3-2-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포백 수비진과 원톱을 제외한 다섯 명이 미드필드에 포진하면서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 4강까지 6경기 동안 고작 7골을 터트리는 데 그쳤지만,안정된 수비와 강한 압박으로 단 2실점만 하는 ‘짠물 수비’를 펼쳐 승리라는 실리를 챙겼다.

 게다가 ‘패스게임’이아먈로 점점 거세지는 상대의 압박을 풀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줬다.

 스페인은 중앙의 사비(바르셀로나),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세르히오 부스케츠(바르셀로나)와 좌·우 날개 페드로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 등 발재간이 좋은 선수들이 미드필더에 포진한다.

 준결승까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스페인의 패스 성공률은 81%로 이번 대회 참가국 중 1위(한국은 69%로 19위)다.브라질이 79%,아르헨티나와 멕시코,코트디부아르가 각각 76%로 뒤를 잇는다.

 독일과 4강전에서도 스페인의 패스 성공률은 81%였다.총 731회의 패스 중 590개를 성공시켰다.

 포르투갈과 16강에서는 무려 84%(포르투갈 70%),파라과이와 8강에서는 79%(파라과이 55%)의 패스 성공률을 보여줬다.

 개인보다는 조직을 강조하는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이끈 스페인 대표팀에서 토털사커를 느낄 수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토털사커의 중심이었던 네덜란드 축구영웅 요한 크루이프는 은퇴 이후인 1988년부터 1996년까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클럽 FC바르셀로나 감독을 맡아 리그 4연패를 이뤘다현재 바르셀로나 감독인 호셉 과르디올라는 크루이프가 바르셀로나를 지휘할 때 선수였다.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한 스페인 대표 선수 23명 중 발렌시아를 떠나 새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다비드 비야를 제외하고도 7명이 현재 바르셀로나 소속이다.

 새로운 토털사커의 모습은 그동안 힘과 조직력을 앞세워 선이 굵은 축구를 해온 ‘전차군단’ 독일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독일은 일단 ‘공격하는 수비수,수비하는 공격수’의 모범을 보여줬다.

 최전방 미로슬라프 클로제(바이에른 뮌헨)까지 수비 시 1차 저지선의 역할에 충실했고,윙포워드 루카스 포돌스키(쾰른)는 어느새 수비형 미드필더들과 나란히 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데 힘을 보탰다.

 서형욱 위원은 “이번 대회에서는 양쪽 풀백들의 공격 가담이 의외로 많지 않았다”고 지적했는데,독일이 그랬다.수비수들은 활발한 오버래핑보다는 자기 자리를 지키는 대신 날카로운 패스 연결로 상대 수비에 위협을 줬다.독일은 빠른 공·수 전환으로 새로운 형태의 토털사커를 극대화하면서 잉글랜드(4-1 승)와 아르헨티나(4-0 승)를 대파하는 등 4년 후를 더 기대하게 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그동안 독일축구는 힘과 전술적 틀 등에서 강점을 보였다.하지만 이제는 리그를 통해 배양된 개인적 능력들까지 가미돼 패스를 무기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전 선수의 멀티플레이어화,3선의 촘촘한 수비와 압박 등 더 힘있는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며 ‘신형 전차군단’의 행보에 주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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