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하다고? 이기면 그만이지…

추하다고? 이기면 그만이지…

입력 2010-07-13 00:00
업데이트 2010-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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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한 수비·정확한 일격으로 압박… ‘실리축구’ 대세

“왜 우리가 승리 대신 ‘좋은 축구’에 집중해야 하죠? 물론 멋지게 이기면 좋겠지만, 추하게라도 이길 수 있어야 합니다.” 네덜란드 베르트 판마르베이크 감독의 일갈이다. 축구는 어차피 ‘전쟁’이다. 멋지게 싸우고 지는 것보다 꾸역꾸역 승점 3을 챙기는 게 더 중요하다.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이기는 축구’로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강타했다.

1970년대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토털사커’를 들고 나왔던 네덜란드는 2010년 ‘실리축구’로 또 한 번 세계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중원을 탄탄히 하면서 정확한 일격으로 상대의 숨통을 끊는 축구. 화려함이 사라졌다는 비난이 일었지만, 네덜란드는 결승 빼고 6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1978년 이후 32년 만에 결승에 오르며 위력을 떨쳤다.

‘무적함대’ 스페인 역시 실리축구를 추구했다. 우승컵까지 단 8골(7경기)이면 충분했다. 역사상 최소득점 우승팀. 네덜란드가 12골(7경기)을 넣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스페인은 극한의 효율축구를 구사한 셈이다. 기존엔 이탈리아와 잉글랜드, 브라질이 11골로 가장 골을 적게 넣고 우승한 국가로 이름을 올렸지만, 스페인의 ‘짠물 축구’에 밀렸다. 남아공에선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하는 조심스러운 경기운영이 대세를 이뤘다. 64경기에서 겨우 145골이 터졌다. 경기당 2.265골이 나온 셈. 참가국이 32개로 늘어난 1998년 프랑스 대회(총 171골·경기당 2.7골) 이후 득점이 가장 적은 대회였다.

골이 터지는 짜릿함은 덜했지만, 미드필드에서의 치열한 다툼은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강국들은 현대축구의 정석처럼 여겨지던 투톱을 과감히 버렸다. 원톱을 세우는 대신 미드필더 숫자를 과감히 늘렸다. 허리에는 포백 수비진과 원톱을 제외한 다섯 명의 미드필더가 자리했다. 전통적인 윙플레이보다는 중앙 지향적인 플레이가 많았고, 조밀한 공간에서의 압박이 화두로 떠올랐다. 압박을 뚫기 위한 아기자기한 패스워크와 탄탄한 조직력이 주목받았다. 중원을 지배하는 팀이 승리도 챙겼다.

스페인은 사비, 세르히오 부스케츠, 페드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 최강의 미드필더진 5명이 허리싸움에 나섰다. 결승에선 76%로 주춤했지만, 평균 80%를 넘었던 패스성공률이 스페인을 우승까지 인도했다. 실리축구는 1970년대 토털사커의 업그레이드판이다. 촘촘한 수비와 압박, 모든 선수의 멀티플레이어화, ‘원샷원킬’의 마무리로 대변되는 실리축구는 한동안 세계를 호령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0-07-1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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