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 ‘주도권’ 전쟁 윤곽 드러내다

스마트TV ‘주도권’ 전쟁 윤곽 드러내다

입력 2010-09-08 00:00
업데이트 2010-09-0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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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 시대의 주도권을 둘러싼 각축전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의 제조사들은 최근 스마트TV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에서다.

애플 또한 지난 2일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애플TV를 공개했다. 구글은 일찌감치 지난 5월 구글 TV 프로젝트를 공개해 선수를 쳤다.

모바일 생태계의 주도권을 쥔 애플과 구글에 맞서 TV 시장을 주름잡아오던 글로벌 TV 제조사들이 맞불을 놓은 것이다. 특히 스마트TV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PC 등과 이어진 3스크린 전략의 마지막 핵심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는 전투가 벌어질 전망이다.

미디어 산업도 주도권 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마트TV의 핵심적인 구성요소 중의 하나는 미디어 콘텐츠다. 이 때문에 미디어 산업은 조심스럽게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다.

아직 대부분의 미디어는 주도권 문제로 아직 스마트TV에 경계감을 드러내면서 관망하고 있지만, 미국의 일부 미디어는 애플과의 제휴로 스마트TV에 발을 들여놓기도 했다.

애플과 구글, TV 제조사, 미디어 산업이 주도권과 생존을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빅뱅’은 스마트TV 시대로의 이동을 촉진할 전망이다.

더구나 보이스 액션 등 음성 검색의 정교화로 스마트TV의 걸림돌이었던 리모콘 문제도 해결되는 등 기술적인 면도 스마트TV 시대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연세대 강정수 박사는 “스마트TV 시대가 급속하게 다가오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구도는 이를 상당히 촉진시킬 수 있다”면서 “미국에서 수동적인 TV 시청자들이 스마트TV에서는 갑작스럽게 어느 정도의 능동성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자세히 지켜보면서 스마트TV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 내보인 구글과 애플

구글과 애플의 ‘거실 점령’ 전략은 차이를 나타냈다. 구글은 소니와 제휴해 운영체제(OS) 내장형 TV와 별도의 셋톱박스를 활용한 양날개 전략을 내세웠지만, 애플은 저가의 셋톱박스만 첨병으로 삼았다.

현재 애플의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 표를 던지고 있다. 기존의 TV를 활용해 교체주기가 5∼10년인 TV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한데 대한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더구나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한 스트리밍 방식으로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셋톱박스에서 스토리지를 제외해 가격을 99달러로 대폭 낮췄다. 소비자들이 구입하기 쉽게 한 셈이다.

소비자를 바라보는 방식의 경우도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점에 대해 ‘단순성’에 중점을 두었다. PC 기능으로서의 스마트TV보다는 저가의 콘텐츠를 대여해볼 수 있게 한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구글은 현재까지는 애플보다 인터넷 이용과 시청 행태의 상호작용 등에도 상당히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이다. 하지만 TV 교체 주기와 소비자의 시청 행태 등을 고려할 때 구글도 애플식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은 서로 다르다. 구글과 애플은 안드로이드와 iOS 등 각자의 OS를 기반으로, 유튜브와 아이튠스를 플랫폼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애플은 이미 애플TV를 발표하면서 아이튠스를 통한 플랫폼 전략을 내비쳤다. 구글의 경우도 그동안 공들여온 유튜브를 플랫폼으로 삼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플랫폼 장악을 통해 노리는 점은 양사 모두 유사하다. 광고와 콘텐츠 제공에 따른 수익분배다. 물론 애플은 콘텐츠 부분에 구글보다 무게를 둔 인상이다.

미디어 산업과의 제휴는 애플이 한발 앞서 있는 모양새다. 애플은 ABC, 뉴스코퍼레이션의 폭스, 넷플릭스와 이미 제휴했다. 구글이 미디어 산업에 오랜 기간 러브콜을 보냈음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애플이 아이튠스를 통해 음악 산업에 대한 저작권 문제를 해결, 음악 산업에서도 만족할만한 수익모델을 성립했기 때문이다. 방송사 등 콘텐츠 제공업자의 입장에서는 경계심을 덜 가질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애플 역시 겨우 몇개의 방송사와 제휴한 상황이어서 여타 방송사와의 제휴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LG, HW 자리는 굳건

글로벌 제조사는 스마트TV 시장만큼은 모바일 시장처럼 플랫폼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삼성앱스를 세계 최초의 TV 응용프로그램 마켓으로 확대했고, 독자적인 바다 운영체제(OS)로 전 세계 TV 시장 1위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려고 하고 있다. 삼성앱스는 현재 107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플랫폼도 갤럭시탭에 우선 사용될 ‘미디어 허브’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미국에서 미디어 허브에 대한 공개행사를 가질 예정이기도 하다.

LG전자도 구글TV에 가담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IFA에서 ‘넷캐스트 2.0’이라는 자체 OS를 선보여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그러나 현재 스마트TV 시대의 주도권은 사실상 구글과 애플이 먼저 쥐어나가기 시작한 모양새여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주도권을 설사 내준다고 해도 제조사에는 위기가 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독자 플랫폼이 성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구글TV를 함께 개발한 소니처럼 구글을 플랫폼 파트너로 삼으면 된다.

더구나 스마트TV에서는 애플이 스마트폰과 같이 적군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 TV를 제조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하드웨어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기존 제조사들의 영역일 가능성이 크다.

강정수 박사는 “TV 제조 기술은 스마트폰처럼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는데다 브라운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애플이 하드웨어에 욕심을 내고 투자할 확률은 낮다”면서 “이번에 셋톱박스 형태로 애플TV를 내놓으면서 기존 TV를 활용하도록 한 것도 이 같은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송사, 스마트TV “뛰어들어, 말어”

스마트TV는 글로벌 기업의 주도권 경쟁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면서 방송사들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에 뛰어들어 경쟁력을 높일 것이냐, 고객과의 접점을 빼앗겨 애플이나 구글, 제조사에 끌려 다니다가 위기에 놓일 것이냐를 놓고 시작된 고민이다.

우선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웹하드 플랫폼에 뛰어든 점은 스마트TV에 콘텐츠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말부터 지상파 3사는 차례대로 웹하드에 영상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동영상 필터링 기술이 적용돼 불법 복제 문제가 상당히 해결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현재 새로운 실험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올해 웹하드를 통해 얻을 각 사의 수익은 1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3사는 웹하드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반면 애플과 구글이 주도하는 스마트TV의 경우 방송사가 채널 기득권이 약화되고 광고 주도권을 놓칠 수 있는 등 기존 독점적 지위의 약화를 우려할 수 있다. 확실한 수익원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관망할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지상파 3사가 스마트TV에 콘텐츠 공급을 하지 않을 경우 스마트TV 시장의 활성화는 늦춰질 수 있다.

다만 새로 방송 시장에 진입할 종합편성채널이 변수다. 후발주자인 종편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방송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기 위해 먼저 스마트TV에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다. 종편 콘텐츠가 스마트TV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지상파들의 움직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종편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관계망을 고려해 관망 자세를 보일 여지도 있다.

여러 영역에서 콘텐츠 제작자가 직접 스마트TV에 콘텐츠를 공급해 활성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류 콘텐츠의 경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자가 국경이 없는 스마트TV 플랫폼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 퀄리티의 보장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엔써즈 이준표 이사는 “이미 국내에서 인터넷TV를 통해 이 같은 시도는 이뤄져 왔지만, 생각보다 양질의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아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시청자는 한정된 시간을 가지고 TV에 투자하기 때문에 퀄리티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좋은 방송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마트TV의 경쟁자는 케이블TV와 IPTV”라며 “IPTV는 스마트TV의 플랫폼 전략을 따라가면서 플랫폼 사용료를 무료로 하되 이동통신 정액제처럼 콘텐츠 사용료를 정액제로 하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 시장의 경우도 분석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국내 부가판권 시장의 유동성을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가판권시장이 활성화된 미국은 스마트TV가 영화 소비의 한 축이 될 수 있지만,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영화관 가격이 소득 규모보다 저렴하고 단순히 영화 자체만을 위해 극장에 가지 않는 문화적 소비문화 형태가 크기 때문에 부가판권시장이 활성화될 소지가 적다는 것이다.

더구나 수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불법 다운로드 시장이 청산된다고 해도, 이 규모가 부가판권시장으로 흘러들어올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

한 영화계 인사는 “불법 다운로드 시장에서 영화 자체에 대한 충성도는 낮다”면서 “불법 다운로드가 불가능하면 대체 플랫폼을 찾아 돈을 지불하는 것보다 소비 자체를 중단할 가능성 더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 영상 시장에 미국의 넷플리스나 훌루 같은 영상 플랫폼이 도입될 경우 스마트TV로의 진입이 빠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스코코리아 이영미 이사는 “스마트TV는 다국적 기업과 미디어 산업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당장 시청자의 습관이 빠르게 변하기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능동적 시청 소비 행태가 점점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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