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3인방 나고야行···기내서도 따로 앉아

신한 3인방 나고야行···기내서도 따로 앉아

입력 2010-09-09 00:00
업데이트 2010-09-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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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응찬 회장,신상훈 사장,이백순 행장 등 ‘신한사태’의 주역인 신한금융 3인방이 9일 오전 9시15분 인천발 나고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날 낮 12시 일본 나고야 메리어트호텔에서 재일교포 주주들과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열리는 ‘신한사태’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검찰에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소한 이후 세 사람이 함께 모이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재일교포 주주들과 사외이사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번 사태뿐 아니라 신한 3인방의 금융인생도 중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비행기에 오르는 이들의 발걸음도 무거웠다.

 기내에서는 라 회장과 이 행장이 나란히 앉았지만 신 사장은 따로 떨어져 앉아 3명의 불편한 관계를 여실히 보여줬다.라 회장은 탑승 직전 “때가 되면 (이번 사태를) 설명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이 행장도 “이번 사태를 권력 투쟁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개인 횡령,개인비리 문제”라며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굳은 표정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반면 신 사장은 “(배임 및 횡령은) 시스템상 불가능하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들의 장외 신경전은 나고야 설명회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설명회에는 원로 재일교포 대주주와 사외이사 등 35명가량이 참석한다.

 신한지주는 라 회장이 일본 방문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여기서 성과는 신 사장 해임에 대해 재일교포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다.

 당초 재일교포 주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양측의 설명을 듣기 위해 이 행장과 신 사장만을 초청했지만 라 회장이 나고야행을 자처했을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후문이다.물론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라 회장이 지지를 얻어낸다면 재일교포 주주들의 두터운 신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반면 30년 가까이 ‘신한맨’으로 살아온 신 사장은 불명예 퇴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일교포 주주와 사외이사들이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이후 해임 여부를 결정하자’고 뜻을 모은다면 라 회장의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신 사장 고소와 해임을 주도한 이 행장도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중재안인 직무정지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상황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해임 유보와 직무정지는 모두 사건을 잠시 덮어두자는 ‘미봉책’이기 때문이다.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제2의 신한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불씨를 그대로 살려두는 셈이다.

 금융권은 어느 경우든 신한금융의 리더십이 매우 어려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일교포 주주들이 라 회장 손을 들어준다면 신 사장은 이사회 전에 자진하여 사퇴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신 사장은 해임 유보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금융인으로서는 치명적인 배임과 횡령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예전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반면 라 회장이 일본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표 대결로 들어가면 해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지만 단 한 표라도 반대표가 나온다면 리더십에 흠집이 생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내부 인사들이 재일동포 주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열성적으로 은행을 경영해온 신한금융 특유의 지배구조가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양측간 진실공방을 떠나서 공동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사태가 진행된다면 신한금융 성공신화의 주역들인 라 회장과 신 사장 또는 이 행장과 신 사장이 동반 사퇴하고 빈자리를 정부의 지지를 받는 외부 인사가 채우는 관치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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