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떡 본 김에 고사’ 지낸 정부

[경제 블로그] ‘떡 본 김에 고사’ 지낸 정부

이유미 기자
입력 2015-11-03 22:54
업데이트 2015-11-0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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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가맹점 수수료 내리면서 국세 대행 수수료 슬쩍 끼워넣어

‘떡 본 김에 고사 지낸다’는 말이 있습니다. 최근 카드사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리면서 국세 신용카드 납부 대행 수수료 인하를 ‘슬쩍’ 끼워 넣은 정부 행태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뭔가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국세청은 2008년 10월부터 세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세를 카드로 내면 납세자는 자금 운용에 다소 여유가 생깁니다. 카드 포인트나 실적 등 부가 혜택도 챙길 수 있죠. 대신 정부는 현금 납세자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카드 납부자에겐 ‘국세 납부 대행 수수료’(1%)를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1% 수수료는 카드사와 금융결제원(건당 290원), 은행(건당 40원)이 나눠 가집니다.

제도 시행 초기 6억원에 불과했던 납부 대행 수수료는 지난해 311억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그만큼 카드로 국세를 내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얘기입니다. 납세자들 사이에서는 “지방세는 카드로 납부해도 수수료가 없는데 왜 국세는 수수료를 내야 하느냐”는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국세 카드 납부 수수료 면제 법안을 발의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정부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면서 국세 납부 대행 수수료도 0.2% 포인트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카드사는 물론 국세청 및 금융결제원과도 사전에 제대로 된 협의가 없었다고 합니다. 카드사 및 관련 기관에서 “뒤처리는 우리가 해야 하는데 새누리당과 금융위원회가 (당·정 협의를 통해) ‘뚝딱’ 결정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입니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결정합니다. 국세 납부 대행 수수료는 국세기본법이 근간입니다.

관련 법이 다르든, 주무부처가 아니든 소비자 권익이 향상된다면야 시비 걸 일이 아닙니다. 다만 국세 납부 수수료를 납세자에게 전가하는 관행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여론 수렴도 없이 불쑥 ‘인하 카드’로 생색내는 정부를 보며 ‘소통 단절’을 다시금 느낍니다. 수수료를 내린다고 하는데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5-11-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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