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실업률 16년 만에 미국과 역전돼…든든학자금 미상환자 3년새 7배 20대 가구 소득 전부 모아도 서울 전셋값 마련에 11년 걸려
이른바 명문사학을 졸업한 A(30·여)씨. 어렸을 때부터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어려운 집안사정을 외면할 정도로 매몰찬 성격은 되지 못했다. 현실감각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취업에 유리하다는 주변 조언에 따라 대학 전공으로 통계학을 선택했다.선배들은 대기업 취업이 어렵지 않다고들 했다.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A씨가 졸업할 무렵에는 그것도 옛말이 됐다. TV에 번듯한 광고를 내거나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대기업들은 쉽사리 A씨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눈높이를 대폭 낮춰 ‘무늬만 대기업’에 취직했다.
백수에서 벗어났다는 기쁨도 잠시. 대학 때 빌린 학자금을 갚아야 하는데 월급은 기대에 턱없이 모자랐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는 있지만 치솟는 전셋값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돌이켜보면 그저 열심히 공부했다. 성적도 좋아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도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자신의 삶이 왜 이렇게 팍팍한지,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지 A씨는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상 최초로 4년 연속 2% 성장이 우려되는 등 한국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새롭게 사회에 뛰어드는 청년층의 고단함도 커지고 있다.
취업난은 갈수록 가중되는데다 설령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학자금 상환 등 빚에 허덕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서울 시내에서 전셋집을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1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청년층(15∼24세) 실업률은 10.7%로 전년(10.5%) 대비 0.2%포인트(p)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청년층 실업률은 2011년 9.6%에서 2012년 9%로 떨어졌다가 2013년 9.3%, 2014년 10%, 2015년 10.5%에 이어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청년층 실업률은 미국(10.4%)보다 높아졌다.
이는 2000년(한국 10.8%, 미국 9.3%) 이후 16년 만이다.
경기가 살아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경기 둔화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면서 청년들이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막상 어렵게 취업관문을 뚫어도 난관은 쌓여있다.
물가는 치솟는데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걷다 보니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국세청에 따르면 소득 8분위 이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든든학자금 미상환자는 2012년 1천104명에서 2015년 7천912명으로 7배가량 늘어났다,
든든학자금은 졸업 후 일정 소득을 올리면 갚아나가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들 든든학자금 미상환자는 어렵게 취업에는 성공했지만, 막상 벌이가 시원찮거나 쓸 곳이 많다 보니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하늘 높이 치솟은 전셋값도 부담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 전셋값 평균은 4억200만원, 전국 평균은 2억2천700만원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가계동향 기준 20대 가구주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2015년 3천650만원이었다. 서울 지역 아파트 전셋값을 마련하려면 가구주가 20대인 가구의 소득 11년치를 한 푼도 안쓰고 모아야 한다. 전국 평균으로 넓혀봐도 6.23년이 걸린다.
이는 12년 전인 2003년 각각 5.72년과 3.41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것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저성장과 인구 고령화, 구조적인 문제가 맞물려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청년고용을 대기업 또는 공공부문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등에서 고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대학을 나오지 않고 직업훈련을 받아도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경제적 윤택함을 누릴 수 있도록 경제구조를 바꾸고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