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미국의 對中 무역전쟁 동참 요청 없었다”

김현종 “미국의 對中 무역전쟁 동참 요청 없었다”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26 17:03
수정 2018-03-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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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통상 리스크 여전…WTO 제소 등 권한 계속 행사”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미국으로부터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및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에서 “일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무역전쟁 동참 같은 것을 요청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과 급한 통상 문제에서 많은 진전을 이뤘다며, 앞으로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등 중국과 통상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 한미 FTA 개정 협상과 철강 관세 면제 협상 타결 시점은.

▲ 철강 협상은 지난 21일 협상을 거쳐 23일 합의를 봤다. FTA 개정 협상은 귀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까지 계속했고, 아직 기술적 부분이 한두 가지 남았는데 큰 문제 없는 내용이라 다 해결될 것이다.

-- 한국의 중국 철강 환적 수출량이 많은 것을 미국이 문제 삼았는데 관세 면제받을 수 있었던 논리는.

▲ 우리가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 중 중국 부품이 들어가 있는 게 2.4%에 불과하고 대미 수출 물량이 2014년 500만t에서 지난해 340만t으로 줄었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우리가 미국 무기 구입 국가 4위인 만큼 관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는 논리로 설득했다.

-- 철강 관세 면제 조치는 영구적인지, 아니면 기간이 정해져 있나.

▲ 실무 차원에서 협의해야 할 문제다.

-- 미국 안전기준 충족 차량 수입 확대 대상에 미국에서 생산하는 유럽 및 일본 브랜드도 포함된 것으로 안다.

▲ 미국에 투자한 BMW, 벤츠, 도요타, 닛산 등 업체들도 대상이 된다. 작년 기준 이들 업체의 수입 물량은 BMW 8천320대, 벤츠 4천624대, 도요타 4천596대, 닛산 6천197대다. 미국산 유럽 브랜드의 수입 확대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본다.

-- 수입 규제 관련 절차적 투명성 확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 조사 절차상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대원칙에 합의하고 현지 실사 관련 규정 등 상세한 산정 내역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자유무역협정(WTO)보다 더 나아간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협정문에 들어갈 문구 자체는 실무자들이 계속 협의해야 해서 나중에 말씀드리겠다.

-- 미국 측 관심사항이던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와 관련해 어떤 합의를 했나.

▲ 보건복지부에서 국내 제약회사들에 대해 신약을 만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미국 측은 이와 관련해 차별주의적인 면을 삭제하고 미국뿐만 아니라 모든 해외 제약회사들에 내국민 대우를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차별적 부분이 있는지를 우선 검토하고 내국민 대우 위반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 확대 내용은 이번 합의에 포함 안 됐나.

▲ 별도 과정이라 나중에 추진할 것이다. 지난해 H1 비자를 미국이 18만1천개 발급했는데 이 중 인도계가 72%, 중국이 10%, 한국이 1%대로, 한국 물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이번 합의를 통해 대미 통상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나.

▲ 통상 분야에서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8년간 있을 텐데, 그동안 리스크는 계속 있을 것이다.

-- 이번 합의로 향후 세이프가드 등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 발생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봐도 되는지.

▲ 백악관 예산처 담당 국장을 만나 태양광과 세탁기 세이프가드에서 한국을 제외하거나 새로운 조치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저의 희망 사항을 얘기했다. 다만 이러한 무역구제는 기업 대 기업 영역(private sector)이라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어서 리스크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믿고는 싶지만, 실제 그런지를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 세탁기나 태양광 모듈 등 미국 무역구제 관련해 WTO에 제소하겠다고 했는데 이번 합의 계기로 제소 안 하는 것인지.

▲ WTO는 다자 조약이므로 우리의 의무와 권한을 지속해서 행사할 것이다. 소송보다도 협상해서 결과를 내는 것이 시간도 절약하고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

-- 한국산 반도체 관련해서도 미국이 조사한다는 외신 보도가 있다. 반도체에 대한 무역구제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 미국 기업들이 삼성 반도체를 구입하는 이유는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무역 거래라는 것이 숫자만 놓고 간단하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여러 가지를 자세히 고려해야 한다. 다만 기업들이 무역구제 소송 관련해 준비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 미국 재무부장관이 이번 협상을 ‘윈윈’(Win-Win)이라고 표현했다. 종합적으로 보기에 양국이 이긴 게 뭐라고 생각하나.

▲ 협상에서 제일 좋은 결과는 쌍방이 아쉬움을 가지고 헤어졌을 때다. 한쪽에 일방적으로 치우치면 나중에 재협상을 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미국 재무부장관이 윈윈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생각한다. 우리 측 아쉬운 부분이라면, 앞으로 ‘재재협상’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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