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시대 패피, ‘안경발’이 다했네

마스크 시대 패피, ‘안경발’이 다했네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0-08-18 17:16
업데이트 2020-08-19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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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새로운 세상을 보다

감추거나 보여 주거나. 예로부터 안경은 두 가지 기능만 했다. 11세기 중국 송나라 판관들은 검은색 연수정 안경을 썼다. 죄인들을 심문할 때 표정을 숨기기 위해서다. 시력을 보완하는 안경은 13세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로도 꾸준히 사랑받은 안경은 최근 정보기술(IT)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안경을 쓰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눈앞에 펼쳐 주는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표정을 감추고, 무언가를 보여 주는 데 그쳤던 안경이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이 거듭날 수 있을까.

●보여 주거나 감추거나… 안경의 문화사

최초의 안경에 대해선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폭군의 대명사’ 로마 5대 황제 네로(37~68)는 검투사 경기를 즐길 때마다 에메랄드를 챙겼다. 에메랄드를 통해 경기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본격적인 시력 교정용 안경은 13세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유리공예로 유명한 이탈리아 무라노섬 유리공들이 시력을 교정하는 렌즈 개발에 성공한다. 깨알 같은 글씨를 오래 들여다봐야 하는 당시 수도사, 학자들에게는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렌즈를 손잡이가 달린 나무 고리에 끼우면서 사용이 한층 편리해진다. 지금처럼 다리가 달리고 얼굴에 착용하게끔 만들어진 것은 18세기에 이르러서다. 이때 형성된 안경의 기본 틀은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보여 주는’ 안경이 서양에서 개발됐다면 ‘감추는’ 안경은 그보다 앞서 동양에서 먼저 사용됐다. 송나라 판관들이 썼다는 연수정 안경은 광물에 연기를 쏘여 흐릿하게 만든 것이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1990년대 인기 중국 드라마 ‘판관 포청천’에서 포청천이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하는 장면은 없다. 그래도 실제로는 착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대식 선글라스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개발됐다. 미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태양광 탓에 시력을 잃는 등 사고가 빈발하면서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개발했다. 1937년 미 공군의 요청에 따라 선글라스를 제작한 것을 계기로 설립된 유명 브랜드 ‘레이밴’의 명칭은 ‘태양광선(Ray)을 막는다(Ban)’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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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②디자인샤우어의 ‘김종필안경2’ ‘김종필안경1’ ③1937년 미군용으로 제작됐던 ‘레이밴’의 ‘에비에이터’ ④LG유플러스의 ‘U+리얼글래스’  각사 제공
①②디자인샤우어의 ‘김종필안경2’ ‘김종필안경1’ ③1937년 미군용으로 제작됐던 ‘레이밴’의 ‘에비에이터’ ④LG유플러스의 ‘U+리얼글래스’
각사 제공
●마스크와 잘 어울리는 안경테 개발

‘안경은 얼굴이다.’ 국내 유명 안경 브랜드 ‘룩옵티컬’의 슬로건이다. 안경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시력을 보완하는 도구로서 안경의 역할은 점점 퇴색하고 있다. 안경이 답답하면 라식, 라섹, 렌즈삽입술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그럼에도 패션 아이템으로서 안경은 여전히 건재하다. 안경테의 모양과 색깔, 재질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과거에는 두꺼운 뿔테가 유행했지만 요즘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는 투명한 재질의 안경테가 가장 인기란다. 물론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니 집에 있는 뿔테도 잘 간직하시라.

온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사는 코로나 시대, 안경은 더 빛을 발한다. 얼굴 절반이 가려진 상태에서 아무리 멋진 화장을 해도 어디 보일 데가 없다. 개성을 드러낼 곳은 오로지 안경뿐이다. 그럼에도 눈은 여전히 겉으로 드러나기에 센스 있는 안경으로 독특한 멋을 연출할 수 있다. 안경 디자이너인 김종필 디자인샤우어 대표는 “최근 한 손님이 오더니 안경테를 색깔별로 다섯 개나 사 갔다. 이유를 물으니 ‘마스크를 쓰고 다니느라 컬러풀한 안경이 필요해졌다’고 대답했다”며 “앞으로 마스크와 잘 어울리는 디자인의 안경이 속속 개발되고 관련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5인치 스마트폰 대신 100인치 AR로

안경이 한 차례 도약을 준비 중이다. 세계 굴지의 스마트 기업들이 속속 ‘스마트 글라스’를 개발하고 있다. 2012년 구글은 ‘구글 글라스’를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기업용 시제품만 만들어졌을 뿐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그러다 최근 스마트 글라스 개발사 ‘노스’를 인수하고 나서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불붙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LG유플러스는 최근 5세대(5G) 이동통신과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한 5G AR글라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이름은 ‘U+리얼글래스’이며 가격은 69만 9000원이다. 안경을 쓰듯 기기를 착용하면 렌즈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볼 수 있다. 영화 ‘킹스맨’에 등장하는 3D 원격회의 기능도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송대원 LG유플러스 미래디바이스담당 상무는 이렇게 강조했다.

“이제 넥스트 스마트 기기의 첫발을 뗐다. 앞으로 (사람들은) 5인치 스마트폰에서 고개를 들어 100인치 AR 화면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20-08-1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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