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사장, 영일만 공장부지에 세운 영어간판 사진으로 담판
호주 원료사들 ‘냉담’…해머슬리와 첫계약에 日과 동일 조건
영일만 허허벌판에 선 공장 간판. 박태준 사장이이런 사진으로 호주에서 철광석 원료 확보를 위한 협상을 벌였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당시 호주의 원료 공급사들은 ‘듣보잡’ 같은 포항제철에 냉담했다. 포항제철은 주한 호주대사관의 도움으로 호주탄광협회를 찾아가 설득했다. 하지만 “2차대전 이후 신설 제철소가 약속대로 계약을 이행한 예가 없었다”며 원료사들은 강경하게 푸대접했다. 그들은 개발도상국에서의 제철소 건설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고, 성공하더라도 공기가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연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포항제철의 주장만 믿고 원료를 생산해 보냈다고 투자금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하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며 부정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터키나 브라질 같은 개도국들의 제철소 건설이 자꾸 지체됐기 때문이다.
69년 6월 9일 포항제철 제1고로가 첫 쇳물을 뿜어내는 모습(왼쪽)과 이를 지켜보던 박태준(가운데) 사장 등 관계자들이 만세를 외치는 모습. 포스코홀딩스 제공
포항제철은 원료 확보 2년 뒤인 1973년 6월 9일 제1고로(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첫 ‘출선’에 성공했다. 기쁨도 잠시, 그해 가을 세계 경제를 마비시킨 제1차 석유파동이 닥쳤다. 하지만 포스코는 가동 초기에 맞은 석유파동에도 적자를 내지 않고 조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적인 원료 확보 때문이었다.
포스코홀딩스의 해외 자원 개발, ‘효자’ 노릇 주목
호주 로이힐 투자액, 13년 9개월에 투자액 모두 회수
우수한 원료 자급도…‘주주 할인액’에 안정적 확보
서호주 퍼스에서 북쪽으로 1000km 떨어진 로이힐 광산에서 철광석을 채굴해 적재하는 모습. 포스코홀딩스 제공
자원 빈국인 우리로서는 철강 제품의 제조 원가의 60~70%를 원료 가격이 차지하고 있어 원가 경쟁력 강화하고, 안정적인 원료 수급을 위해서는 원료 확보가 중요하다. 세계 철광석 시장은 브라질 발레, 호주 리오틴토, BHP, FMG 등 4개사가 70% 이상 장악한 과점 시장이다. 이들 가운데 한 곳에서 생산 차질이 생기면 전 세계 철광석 회사들은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포항제철소 가동을 위해 박태준(왼쪽) 사장이 1969년 6월 7일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채화봉에 불을 피우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이 광산은 연간 6300만톤의 생산체제를 갖춤에 따라 포스코홀딩스는 연간 1500만t의 철광석을 주주로서 구매할인 금액으로 자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포스코의 연간 철광석 소요량의 20% 이상에 해당되는 물량이다.
포스코홀딩스, 자원개발에 21건 투자 진행中
투자 회수율 130% 이상…원료 자급률 40%
포스코홀딩스의 대표적 해외 자원 투자 개발 성공 사례. 포스코홓딩스 제공
포스코홀딩스는 1981년 호주 원료탄 광산에 직접 투자를 시작으로 현재 캐나다·브라질·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뉴칼레도니아 등에서 21건의 자원 개발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 회수율은 130% 이상이며, 이에 따른 포스코의 원료 자급률은 약 40%에 달한다.
이기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