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논쟁] 청년 수당

[이슈&논쟁] 청년 수당

입력 2015-11-24 18:16
업데이트 2015-11-2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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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시가 내년부터 미취업 청년 3000명에게 최장 6개월간 교육비·교통비·식비 등 월 50만원을 청년활동지원비로 준다고 밝힌 후 이를 두고 포퓰리즘 논란이 한창이다. 중앙정부는 포퓰리즘적 복지정책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취업현장에 가보고 말하라고 반박한다. 그간 중앙정부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확대해 청년취업자를 늘리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는 크게 늘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우리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주유소와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내몰리는 등 청년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그렇다고 활동지원비를 주는 게 가장 현명한 해결책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현금 지원이 복지정책이 아니라면 자활 의지를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 청년수당이 시행되고 나서 알 수 있겠지만, 현금 지원 사업이 이런 효과를 거둔 경우는 거의 없다. 청년수당이 복지정책으로 전락할지 아니면 청년들의 아픈 곳을 치유하는 ‘핀 포인트 정책’이 될지 양측의 의견을 들어 봤다.

[贊]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구직기간 생활안정 위해 필요”

중앙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매년 2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쓴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청년들을 ‘청년 인턴’과 같은 불확실한 단기 일자리로 무작정 내몰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을 적용하면 고용복지에 해당하는 중앙정부 대표 취업지원 사업인 ‘취업성공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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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상담-훈련-취업’ 3단계 맞춤형 취업지원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취업률이라는 수치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취업알선, 조기취업에 열을 내는 일자리창출 사업이다. 취업 성공률이 70%라고 강조하지만, 1년 이상 고용 유지 비율은 8%(2014년 기준)에 그친다. 이 극적인 차이가 중앙정부 고용복지 사업의 명과 암이다. 열악한 노동시장으로 쫓기듯 내몰리는 청년들의 내상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그래서 청년들 사이에 ‘헬조선’, ‘흙수저’라는 자조 섞인 단어들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취업하면 장땡’이라는 채찍질을 중단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나의 삶과 미래를 고양시킬지 청년들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청년 정책의 안전망을 세워야 한다.

지난 5일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내놓은 ‘청년 수당’은 정책의 당사자인 청년들과 서울시가 의지를 모은 결과로 설계됐다. 취업이 인생의 목표가 돼 버린 청년이 구직기간의 고단함에 무너지지 않도록, 활력을 갖고 더 나은 삶을 모색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앞장서서 생활안정과 활동에 필요한 인프라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청년 수당은 발표되자마자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새누리당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청년 수당을 포퓰리즘이라 평하며 ‘청년의 표를 돈으로 매수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유체이탈이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청년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노동개혁과 공적연금 논란, 국정교과서 등 역점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청년을 위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국회연설에서 ‘청년’을 32번이나 언급하며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기업을 지원하는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사회 진입에 곤란을 겪는 청년들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서울시의 노력은 포퓰리즘적 복지정책으로 규정하는 보수진영의 태도는 참으로 고약하다.

포퓰리즘 논란의 실체는 청년에 대한 편견이다.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청년 수당을 두고 청년의 정신을 파괴하는 아편이라고 주장했다. 청년들이 정부로부터 직접 지원을 받으면 근로 의욕이 떨어지고 향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쉽게 말해 ‘돈 받으면 놀고 먹을 것이다’라는 얘기인데, 이것이 바로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야박한 시선이다.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서가 아니라 여전히 ‘훈육’의 대상으로 청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은 쓸모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 세상이 요구하는 것들을 갖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느라 바쁘다. 서울시의 지원금액이 청년들이 주저앉아도 될 정도의 넉넉한 수준도 아니거니와, 속칭 ‘요즘 젊은이’들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 힘껏 앞으로 나아갈 테니, 지금 이 자리에서 일어설 수만 있게 도와달라는 청년들에게 언제까지 나약하다는 오해의 손가락질을 지속할 것인가. 보수진영이 청년을 위한다고 말하고 싶다면 청년에 대한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미래 세대가 갖고 있는 내면의 힘과 잠재력, 주도성을 있는 그대로 신뢰하는 것부터 학습해야 한다. 논쟁은 그다음이다.

[反]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청년실업, 교육·고용 연계 해결을”

서울시의 청년 고용 해결은 접근방법이 잘못됐다. ‘현금지급’이 아니라 창업교육과 고용연계 서비스로 풀어야 한다. 더구나 청년수당을 찬성하는 것은 청년의 고통을 덜어 주는 일이고, 청년수당을 반대하는 것은 청년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정치권의 흑백논리도 국민을 편 가르는 아주 위험한 일이다. 서울시는 국민 절반 이상인 54.4%가 청년들과의 협의를 통해 만든 청년수당을 왜 반대하는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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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울시는 청년고용 문제를 현금수당이 아니라 고용과 연계되는 서비스로 풀어야 한다. 유럽 내에서 청년실업률이 낮은 독일은 체계적인 교육훈련과 취업연계 시스템을 그 비결로 꼽는다. 청년실업 문제가 다소 심각한 프랑스는 청년신서비스직종정책(NSEJ)이라는 공공일자리 창출에 집중했다. 우리 정부가 청년 일자리문제 해결을 위해 수조원의 예산을 썼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하여 취업 연계 효과가 불분명한 ‘현금수당’을 도입하는 것이 해법일 수는 없다.

더욱이 서울시는 공공활동이나 사회활동 계획서를 제출받아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활동과 사회활동 참여는 취업을 위한 구직과 다른 차원이며, 이것이 취업으로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의문이다.

청년고용문제는 지자체 단독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긴밀하게 연계해서 풀어야 한다. 이 문제는 교육정책과 노동시장정책, 복지정책 간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 실정에 맞는 고용정책을 시행하고, 정부정책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중요하며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서울시가 지원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정부정책의 손길 밖에 놓인 이들인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수당을 받기 위해 활동계획서를 제출할 청년들은 취업 의사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청년들은 정부에서 시행 중인 취업교육과 창업지원, 취업성공패키지와 같은 활동수당 지급을 포함한 고용연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정작 지자체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한 이들은 일할 의지를 잃은 청년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상을 잘못 택한 것이고, 대상자 중복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사회활동계획서를 토대로 지원자를 선발해 지원하는 방식이긴 하나, 사실상 청년 대상 실업부조의 성격을 갖는 복지제도로 보면 된다. 서울시는 청년수당이 복지제도가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사회보장기본법상의 ‘협의·조정’ 규정이 지역의 실정에 맞는 정책수행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음을 문제 삼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청년수당은 시범적으로 시도하는 정책이고, 지원에 소요되는 예산이 1년에 90억원 정도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청년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단기적인 현금수당인지 의문이다. 체계적인 공공고용서비스를 갖추고, 좋은 일자리 환경과 구조를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드니 당장은 약간의 현금수당으로 숨을 돌리라는 것인가. 서울시 내 대다수의 자치구가 내년도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등 복지예산 부족과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90억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청년에 대한 지원과 투자는 중요하고 확대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학교교육 단계부터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여 직업을 준비하도록 하고, 졸업 후에는 취업연계시스템을 통해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해 양질의 일자리 구조와 고용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자칫 근본적인 청년고용 해결책 논의는 뒤로한 채 청년수당 도입 찬반만을 두고 선거철 여야 간 소모적인 정쟁으로만 그치게 될까 우려스럽다.
2015-11-2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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