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혼선 걱정되는 총선용 ‘찔끔 개각’

[사설] 국정혼선 걱정되는 총선용 ‘찔끔 개각’

입력 2015-11-09 17:58
업데이트 2015-11-0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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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내년 4월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그제 사의를 표시했다.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도 같은 이유로 조만간 장관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19일에는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을 교체하는 소폭 개각이 있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도 시기가 문제일 뿐 물러날 사람들이다. 내각으로 차출된 정치인 장관들이 총선을 앞두고 사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 해도 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찔끔 개각’으로 정치권은 물론 행정부마저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이게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은 지금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둘러싼 논란으로 사실상 제동이 걸려 있다. 총선에 출마할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4대 개혁의 책임 장관이기도 하다. 새해 예산안도 교과서 문제와 연계한 야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심의가 늦어지고 있다. 내년 총선에 나갈 장관이 개혁 추진이나 내년 예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할 수 없다. 이렇듯 장관의 마음이 표밭으로 향하고 있음에도 개혁이 궤도에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해당 부처 공무원들 또한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장관들이 업무 성과와 관계없이 당연한 듯 정치권으로 복귀하는 모습도 이해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4대 개혁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모든 개인적인 일정은 내려놓고 국가 경제와 개혁을 위해서 매진해 달라”고 장관들에게 당부한 적이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월 입각한 의원들에게 “4대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국회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경고가 말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새누리당은 총선 공천에서 장관 출신은 업무 실적을 반드시 반영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국정 혼란의 염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하루속히 내각을 정비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게 안정감 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 주고 공직사회의 혼란도 방지하는 길이다. 새 내각은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하면서 개혁을 완성할 수 있는 진용으로 짜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으로 14일 해외 순방에 나선다. 대통령의 출국 이전에 개각을 마무리하기 바란다.
2015-11-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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