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제비/이춘규 논설위원

[길섶에서]제비/이춘규 논설위원

입력 2010-05-06 00:00
업데이트 2010-05-06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5월 초 경기도 양평 들녘에선 봄기운이 넘친다. 농민들의 농사 손길은 힘차다. 논두렁, 밭두렁에는 나물 캐는 아낙네들의 손놀림이 정성스럽다. 주말농장에서 농사체험하는 도시민들은 경건하다. 누렁이들의 움직임은 경쾌해졌다. 갑자기 기온이 오르며 온세상이 푸르름을 더해간다.

제비들의 군무는 단연 압도적이다. 눈물나게 반갑다. 20여마리 제비들이 10분 이상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집단으로 춤을 춘다. 귀한 봄손님들이다. 30년 넘은 서울생활에서 지지배배 노래하는 제비무리를 만난 건 처음이다. 자연환경 복원 노력이 결실을 거두었나. 상상조차 행복하다.

어릴 적 고향집에는 제비들이 매년 집을 켜켜이 쌓아올려 10층 이상, 높이가 30㎝쯤 됐다. 받침대를 해주고, 알을 품을 때는 숨도 참아가며 정성을 쏟았다. 집은 헐렸고, 새로운 집에는 이제 제비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생활 중 만난 제비무리가 고맙기까지 하다. 선한 사람들에게 행운을 듬뿍 가져다 준다는 제비. 힘겨운 영혼들에게 제비의 행운을 빌어 본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10-05-06 26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