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치학살’은 치밀한 사전모의로 실행

필리핀 ‘정치학살’은 치밀한 사전모의로 실행

입력 2010-09-09 00:00
업데이트 2010-09-0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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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발생한 필리핀 마긴다노오 지역 ‘정치 학살’은 주범인 암파우안 가문에 의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일간신문 필리핀 스타는 9일 이 사건의 목격자인 라크무딘 살리아오의 말을 빌려 언론인 30명을 포함해 모두 57명이 목숨을 앗아간 이 학살에 앞서 암파투안 가문이 저녁 식사 자리를 통해 치밀하게 모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살리아오는 이날 사건 발생 10개월만에 재개된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주범인 안달 암파투안 2세의 부친이자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안달 암파투안이 아들들을 모은 뒤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정적인 에스마엘 망우다다투가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방법을 모색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말을 들은 주범 암파투안 2세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망우다다투가 유세를 벌이기 위해 마긴다나오 지역에 올 경우 이들을 모두 살해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이에 가족들은 웃음으로써 사실상 동의를 표시했다고 살리아오는 증언했다.

 가족들의 동의를 구하자 암파투안은 암파투안 2세에게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제시했다.고속도로에서 차단망 설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지 말고 직접 설치하고,차단망은 굴착기가 공사를 하고 있는 곳 근처에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암파투안은 설명했다.

 부친의 이런 지시에 따라 학살을 자행했으며,학살을 당한 57명의 시체는 굴착기가 급하게 판 공동묘지에 집단매장됐다고 살리아오는 밝혔다.그러나 학살 당시 망우다다투는 다른 곳에서의 유세 일정 때문에 목숨을 구했다.그러나 그의 아내와 취재진 등 무고한 57명이 살해됐다.

 사건 발생 직후 암파투안 일가는 자신들이 무관하다고 항변해왔다.암파투안 2세도 지난 1월 5일 수도 마닐라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자신의 무죄를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그가 지난해 11월 학살 외에도 그동안 200명 이상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암파투안 2세와 이에 가담한 경찰관 등 17명이 구속기소됐다.

 한편 신임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6월 1일 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관할 케손시티 지방법원이 재판을 지연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법무부 단독으로 재판을 속개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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