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미국 미주리대 총장, 전방위 압박에 결국 사임

‘인종차별’ 미국 미주리대 총장, 전방위 압박에 결국 사임

입력 2015-11-10 03:54
업데이트 2015-11-10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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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에서 벌어진 인종 차별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국 미주리 대학 총장이 전방위 압박에 결국 자진해서 사임했다.

팀 울프 총장은 9일(현지시간) 교칙 등 학내 여러 제도를 논의하는 의사 결정체인 9인 위원회 특별 회의 중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사임은 즉각 발효될 것이며, 이는 옳은 선택”이라고 밝혔다.

울프 총장은 전날까지만 해도 사퇴하지 않고 학생들과의 집중하겠다고 버텼지만, 이날 교수, 대학원생은 물론 지역 정치인마저 사퇴를 종용하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백인 학생이 83%, 흑인과 소수 인종이 17%를 차지하는 이 학교에서는 지난 4월 이래 소수 인종을 겨냥한 폭력이 심심치 않게 자행됐다.

기숙사에서는 인분과 함께 나치를 상징하는 철십자 문양이 발견됐고, 차별주의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기물 파손도 발생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조사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이 와중에 울프 총장이 미식축구팀 흑인 선수를 깔보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대학 행정 최고 책임자인 그는 지난달 모교방문 행사에서 학내 인종차별 사태의 해명을 요구하는 학생을 피해 차를 타고 달아나 무책임한 교육자로 낙인찍혔다.

대학원생 조너선 버틀러가 지난주부터 울프 총장의 사임을 촉구하는 단식 투쟁에 돌입한 데 이어 ‘1950년을 걱정하는 학생들’이라는 흑인 학생 중심의 인권 단체는 2일부터 교내 광장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며 재단에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1950년은 미주리대가 흑인 학생의 입학을 허용한 역사적인 해다.

그래도 변화가 보이지 않자 미식축구부 학생 30명은 미국대학스포츠(NCAA) 대항전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훈련을 거부하고 총장 퇴진 운동에 불을 댕겼다.

교수들도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인종차별 확산 사태를) ‘걱정하는 교수 그룹’은 9∼10일 이틀간 수업을 취소하고 교내에서 인종 차별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하자고 동료 교수에게 촉구했다.

‘걱정하는 교수 그룹’의 대변인인 엘리사 글릭은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는 교내에서 인종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학생들과 연대하고 그들을 지지한다”면서 “모든 교수가 강의를 취소하고 학생 지지의사를 표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주리 대학원생 단체 두 곳도 교내 인종 차별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팀 울프 총장의 처신을 비난하며 9∼10일 수업과 근무를 거부하고 그의 퇴진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미주리대 사학과도 인종차별 철폐를 외치며 수업을 거부한 학생들을 징계해서는 안 된다며 학생 편에 서겠다고 발표했다.

이 학교 졸업생인 클레어 매캐스킬(미주리·민주) 연방 상원의원과 같은 당 소속인 제이 닉슨 주지사는 당장 학교 측이 행동을 보여야 한다며 성의 있는 태도를 주문했다.

주 하원 고등교육위원장인 공화당의 스티브 쿡슨 의원은 일련의 사태는 차별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냉담으로 일관한 울프 총장이 더는 학교를 이끌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며 그의 퇴진을 종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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