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수치 여사-군부, 개헌·군 권력 ‘지분’ 논의할 듯

미얀마 수치 여사-군부, 개헌·군 권력 ‘지분’ 논의할 듯

입력 2015-11-12 11:12
업데이트 2015-11-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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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여사 대선출마-일정수준 군 권력 보장 ‘거래’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 기수 아웅산 수치 여사와 군부 중심의 집권층을 대표하는 테인 세인 대통령,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 슈웨 만 하원 의장 등 권력 중추 4인이 만나기로 함에 따라 이들의 논의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얀마 국민, 군, 정부, 의회 권력을 대표하는 이들은 무엇보다 수치 여사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가로막는 헌법 조항 개정, 향후 군의 권력 지분 인정에 대해 우선적으로 협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국 국적의 자녀를 두고 있는 국민의 대선 출마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에 따라 영국 학자와 결혼해 영국 국적 아들 2명이 있는 수치 여사는 내년 2~3월로 예상되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개헌은 지난 6월 이미 좌절됐으나 수치 여사가 이끄는 제1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이번 선거에서 압승하면 다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혔다.

내년 대선까지 시한이 촉박하긴 하나 군이 협력하면 개헌이 성사될 수 있다는 게 NLD의 시각이다.

NLD는 군이 개헌에 동의하는데 따른 ‘당근’으로 향후 자신들이 집권하더라도 군부와 현 집권층에 일정부분 ‘권력 지분’을 인정하겠다는 제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NLD가 압승해 단독 집권이 가능하게 된 만큼 군은 수치 여사 측과 협상하지 않으면 과거와 같은 수준의 권력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수치 여사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못하더라도 대통령 이상의 지도자가 돼 국가를 이끌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군부는 향해 앞으로 자신이 실질적인 지도자가 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약 반세기 동안 독재 정치를 펴왔던 군부는 2003년과 2008년 민주화 로드맵을 발표한 뒤 2011년부터 민주화 개혁과 경제 개방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군은 개혁 개방을 개시하기 전에 최악의 상황에도 국정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고 사전에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놨다.

상하원 의석의 25%를 군부에 선거와 상관없이 할당하도록 하고 개헌, 주요 입법에 대해서는 의회 정원의 3분의 2의 동의를 얻도록 해 군의 협력 없이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일을 할 수 없게 만들어놨다.

군부는 또 내무, 국방, 국경경비 장관 임명권도 확보하고 있다. 행정부는 대통령 산하지만 이들 3개 핵심 부처 장관은 군 최고사령관이 임명하며, 내무 장관은 정부의 행정 사항 전반에 광범위하게 간여하고 있다.

군부는 의회와 행정부뿐 아니라 주요 기업, 경제 관련 기관 등 경제계도 장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이 집권하더라도 군부와 협력 관계를 형성하지 않으면 정부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물론 경제 개발에도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치 여사와 NLD는 이처럼 막강한 군부의 영향력과 권한을 의식해 이미 수차례 군부와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군은 선거로 조성된 새로운 정치 상황을 인정하고 수치 여사 측과 협상을 통해 최대한 권력 지분을 유지하거나 보장받기 위해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최고 권력 4인의 협상 테이블에는 대통령 선거 출마 요건에 관한 헌법 조항 개정, 의회내 군부 의석 유지 여부, 소수민족 반군과 중앙정부의 휴전 협정, 중국·미국 등 주요국과의 외교정책, 소수민족 자치권 확대 등 핵심 권력 사항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소수민족 반군과의 휴전 협상은 그동안 군이 주도해왔으며, 테인 세인 대통령도 크게 간여하지 못한 사항이다.

군은 NLD가 집권하더라도 국가 통일과 안보의 핵심 사항인 반군 대책, 소수민족 자치권 확대 등에 대해 정책을 주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은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미얀마에 대해 무기금수 조치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외교 정책 등에도 영향력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민주화 진영과 군부는 선거가 끝나고 나서 사회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는 타협이 불가피하다고 공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어떤 타협책을 끌어낼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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