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지하디스트 공급처 된 ‘제2의 아프간’ 시리아

글로벌 지하디스트 공급처 된 ‘제2의 아프간’ 시리아

입력 2015-11-18 09:04
업데이트 2015-11-18 09:0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5년 가까이 접어든 내전의 혼란으로 통제 불가 상황에 처한 시리아가 폭력적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공급처가 돼 버렸다.

시리아로 건너온 각국의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자들이 이곳에서 이데올로기뿐 아니라 전투 기술까지 습득한 뒤 귀국해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

시리아가 지하디스트의 국제적 공급처로 전락해 버린 데엔 내전을 숙주로 급성장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중심에 있다.

이번 파리 도심 연쇄 테러는 극단적 지하디즘에서 시리아가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을 증명하는 적당한 예다. 신원이 파악된 테러범 5명 중 3명이 시리아를 다녀온 전력이 있는 프랑스인으로 밝혀졌다.

시리아의 전장이 이슬람 극단주의를 동경하는 전세계 무슬림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이들을 이념적·군사적으로 무장된 지하디스트가 성장하는 배양토가 된 셈이다.

마치 1979년 옛 소련의 침공을 받아 발발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연상케 한다.

소련의 남하를 막아야 했던 미국은 파키스탄을 통해 아프간의 무자히딘(이슬람 전사)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 전쟁은 아프간 내부의 유혈 충돌에만 그치지 않았다. 불신자 소련의 침략으로부터 이슬람의 영토를 지켜야 한다는 투쟁적 지하디즘은 다른 국가의 젊은 무슬림을 아프간의 전쟁터로 끌어모으는 구심점이 됐다.

10년에 걸친 아프간 전쟁은 탈레반, 알카에다 등 폭력적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을 배태해 지하디즘이 국제화하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이 전쟁에서 당대의 강대국인 소련의 패퇴는 미국의 승리가 아닌 이슬람을 수호하는 지하디즘의 실현이라는 종교적 의미로 규정됐다. 이후 이슬람권의 지하디즘이 반미 성향으로 기울게 된 것이 그 방증이다.

테러리스트와 동의어가 된 폭력적 지하디스트의 공급처가 됐다는 점에서 시리아는 ‘제2의 아프간’으로 비유할 만하지만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은 더 강력하다.

아프간 전쟁에 모여든 무슬림은 대체로 중동지역과 북아프리카 출신의 아랍계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아프간에서 ‘성전’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파키스탄 서부 국경지대로 몰려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오사마 빈라덴과 그의 뒤를 이은 알카에다 지도자 이집트인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대표적이다.

아프간 전쟁에서 토착 무자히딘에 비해 의욕만 앞선 아랍계가 실제 전투에 크게 기여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들이 귀국 뒤 전파한 ‘아프간 무용담’에 감화된 무슬림 젊은이들이 아프간으로 건너가는 경우가 많았다.

즉 소문이 지하디즘을 전파하는 거의 유일한 도구였던 셈이다.

그렇지만 현재 IS는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미디어를 기반으로 세련된 멀티미디어 선동술을 앞세워 중동·북아프리카 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무슬림에게 직접 접근하고 있다.

IS의 ‘침투력’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테러리즘 전문가 토머스 헤그햄머는 1980∼1992년까지 아프간에 모인 외국인 전투원은 2만명 정도로 추산했다. 일부에서는 수천명 수준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이에 비해 2011년 초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 몰려든 외국인이 2만2천∼3만명에 달한다고 유엔이 올해 4월 집계했다.

외국인 전투원 2만명 정도를 모으는 데 시리아 내전은 아프간 전쟁의 3분의 1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또 시리아 내전에 가담한 외국인의 국적은 이슬람권인 중동·북아프리카의 경계를 넘어 약 100곳이나 된다. IS가 배출하는 테러리스트의 공급처가 아프간 전쟁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광범위하고 분산됐다는 뜻이다.

1988년 설립된 알카에다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겪으면서 현재까지 존속하면서 때때로 테러를 일으키는 점을 고려하면 ‘IS산(産) 테러리즘’의 여파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라크 역시 IS의 근거지이긴 하나 시리아가 테러리스트의 양성소가 된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보인다.

일단 지리적으로 외국에서 밀입국하기에 이란, 쿠르드자치정부, 사우디로 둘러싸인 이라크보다 시리아가 상대적으로 쉽다.

여기에 종말론을 신봉하는 IS가 ‘최후의 날’에 심판이 이뤄지는 성지를 시리아로 해석하는 것도 이슬람 극단주의에 심취한 외국인 추종자가 시리아행을 택하는 배경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