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장성, 아프간 고관들에 “당신들 아들, 몇명이나 전장에 있나”

美장성, 아프간 고관들에 “당신들 아들, 몇명이나 전장에 있나”

입력 2015-11-25 16:10
업데이트 2015-11-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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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아프간 고관들 가족 주소지는 세계 수도 지도책…카불만 빠져”

“당신들, 아프간 고관들의 아들들은 몇 명이나 전장에 있소?”

지난 2010년 미군과 나토군으로 구성된 아프가니스탄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스탠리 매크리스털 당시 사령관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정권의 국가안보위원회에 회의에서 아프간 장관들을 향해 일갈했다.

“내 아버지는 (아들인 나 말고도) 아프간 전장에서 싸우는 조카가 둘 있소. (부사령관인 영국의) 파커 장군 아들은 아프간 전장에서 두 다리를 잃었소”라는 말에 이은 직격탄에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었다고 뉴욕타임스가 25일 자에서 당시 회의 기록을 토대로 전했다.

매크리스털은 아프간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로 아프간 정부 고위직이 모두 해외에 가족을 도피시킨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점, 즉 지도층과 국민이 유리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이 신문은 현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정부가 최근 급증 추세인 아프간 국민들의 탈출 행렬을 막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정부의 호소가 먹히지 않는 주요 이유 역시 지도층이 먼저 가족을 해외로 도피시킨 때문이라며, 5년 전과 달라진 점이 없는 것을 상기시켰다.

가니 대통령은 지난주 젊은 청중을 향해 서방국가들의 문이 아프간인들에겐 닫혔다며 “우리의 존엄, 우리의 자존은 아프간에 있다”고 호소했으나, 많은 아프간인들에게 이는 공허한 울림에 불과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가니 대통령 자신이 성년기 상당기간을 미국에서 살고 활동한 것을 토대로 권좌에 올랐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가니 정권 고관들 가족의 주소지가 “(아프간 수도인) 카불만 빠진 세계 각국 수도들의 지도책”을 방불한다는 것이다.

가니 대통령의 두 자녀는 미국에 거주하고, 부통령 가족들은 터키와 이란에, 총리 격인 압둘라 압둘라 최고행정관의 가족은 인도에 산다. 장관들과 대통령 보좌관들, 차관들, 그리고 일부 청장급들의 가족들도 모두 해외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이란을 거쳐 노르웨이로 가려다 이란-터키 국경에서 막혀 아프간으로 되돌아온 모하메드 아바스(19)는 “그들이 우리의 고통을 어떻게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들의 자녀들은 유럽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살고 즐긴다. 그들은 장갑 렉서스 승용차를 타고 우리 앞을 지나치면서 속도를 늦추는 법도 없다. 그 먼지가 다 입으로 들어오는데, 항의했다간 그 입이 얻어터진다 ”

아프간을 떠나 유럽으로 이주한 아프간인들은 올해만 해도 약 14만6천명.

이런 상황 때문에 지난 10년간 아프간 안정화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은 서방국들은 ‘최고위층 스스로 자식들을 아프간에 살도록 하지 못할 정도로 미래를 자신하지 못하는 나라의 안정화를 위해 언제까지 투자해야 하느냐’고 자문하고 있다.

또 ‘아프간에 그 많은 돈을 지원하고도 수많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자국민들의 물음에도 답해야 하는 처지라고 신문은 전했다.

마르쿠스 포첼 아프간주재 독일 대사는 “아프간에 대한 원조가 모두 헛된 것은 아니고 분명 많은 발전을 이뤘다”면서도 이들 두 물음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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