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역사전환기 메이 정부 3대과제…브렉시트협상·경제·국론통합

英역사전환기 메이 정부 3대과제…브렉시트협상·경제·국론통합

입력 2016-07-14 09:16
업데이트 2016-07-14 09:1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브렉시트 협상, 국내 찬반 여론과 협상테이블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마이너스성장 우려되는 경기 대응·국론통합 난제

테리사 메이 신임 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영국 새 정부는 영국의 ‘역사적인 전환기’를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맡았다.

◇브렉시트 협상

우선 43년간 몸았던 유럽연합(EU)을 떠나는 협상이 기다리고 있다.

상품·서비스·자본·노동 이동의 자유는 물론 정치·국방·치안·국경 문제 등 EU 제반 규정을 놓고 새로운 관계를 정해야 한다.

새 내각은 주권을 되찾은 독립국으로서, 경제적으로는 EU 단일시장 접근을 최대한 지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

EU 경험이 많은 공무원들로 협상안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정보수집·분석 등을 맡을 실무조직은 이미 조직됐다.

메이 신임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 신설될 브렉시트부 수장으로 EU 탈퇴 운동을 적극 펼친 데이비드 데이비스 의원을 임명했다. 2005년 당 대표 경선에 나선 경력을 지닌 중진 의원이다.

메이 총리는 EU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27개 EU 회원국들을 상대로 ‘비공식 협의’를 벌여 영국의 협상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연말까지는 공식 협상을 시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최선의 전략을 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 맞은편 EU는 이탈 도미노를 막으려면 첫 탈퇴 케이스인 영국에 ‘양보하지 않는’ 태도로 나올 것임을 예고했다.

EU를 사실상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과실따먹기’(cherry picking)는 배제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영국이 탈퇴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못박은 것이다.

메이 신임 총리가 협상에서 실용주의적 접근을 택하면 브렉시트를 지지했던 국민들 사이에서 반발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크다.

보수당 중진 켄 클라크 의원 등은 “수주일 내 탈퇴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메이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뜻한다”며 안심시켰지만 EU 잔류 편에 섰던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를 되돌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EU 탈퇴 지지자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협상 준비와 진행 국면에서 브렉시트 찬반 논쟁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는 것이다. 메이 총리로선 아직 식지 않은 브렉시트 찬반 여론과 협상테이블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또 EU 출신 이민자 유입 증가 추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강력한 이민 억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면서 탈퇴 협상에서 나선 메이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힐 가능성이 크다. 이민 억제 실패 책임이 큰 전임 내무장관이었다는 점도 메이에게는 부담 요인이다.

◇경제 다잡기와 국론 통합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경기 침체로 접어드는 조짐을 보이는 경제를 다잡아야 하는 과제도 당장 수습해야 할 발등의 불이다.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움츠리고 가계도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지난 2분기부터 나타난 경제 성장 둔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앞으로 1년간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브렉시트 결정 이후 10% 넘게 하락하면서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영국 상업용 부동산 펀드들이 부동산 가격 급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돈을 빼내려고 몰려들면서 환매 중단 사태를 빚기도 했다.

파운드화 가치 급락이 수입물가를 밀어올려 경기 불황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1조파운드에 달하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여차하면 본국으로 빠져나갈 태세로 브렉시트 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무장관에 기용된 필립 해먼드 전 외무장관이 영국 경제를 짓누르는 브렉시트 불안과 두려움을 누그러뜨리는 소방수 역할에 메이 새 정부의 안정성이 달렸다.

신임 해먼드 재무장관은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일하고 과거 야당 시절 재무장관과 보수당 정부 출범 이래 교통장관과 국방장관을 역임해 구원투수로 적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계기로 깊어진 사회 분열을 봉합하고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요구에 대응하는 것 역시 메이 새 내각이 풀어야 할 중대 과제다.

메이 총리가 이날 취임 연설에서 사회적 정의에 헌신하고 “영국을 모두를 위해 일하는 국가로 만드는” 통합된 정부를 약속한 것은 이 과제의 엄중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메이 총리는 “국민투표는 EU 탈퇴를 위한 투표였지만, 진지한 변화를 위한 투표이기도 했다”면서 “소수 특권층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일하는 나라”와 “보수당은 완전히, 전적으로 평범한 노동자들을 위한 당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메이의 이런 발언들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이끈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되는 세계화에서 소외된 서민, 노동자들의 팽배한 불만을 달래지 않고는 ‘거대한 국가적인 변화’의 시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다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는 탈퇴파의 수뇌였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을 외무장관을 전격 기용하는 등 탈퇴파와 잔류파를 골고루 장관으로 기용하는 정부구성에서 국론 통합의 의지를 보여줬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