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남 피살] 美 “화학戰용 최강 독성 신경제”… 액체 상태 VX로 덮친 듯

[北 김정남 피살] 美 “화학戰용 최강 독성 신경제”… 액체 상태 VX로 덮친 듯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입력 2017-02-24 22:42
수정 2017-02-25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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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경찰 “金 암살에 VX 사용”

말레이시아 경찰이 24일 김정남의 눈 점막과 얼굴에서 검출됐다고 밝힌 신경성 독가스 VX는 유엔 결의 687호에 따라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돼 생산·보유·사용이 금지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VX를 화학전에서만 사용되는 가장 강력한 신경제로 분류하고 있다. 이 물질을 분석한 주체는 말레이시아 화학국 산하 화학무기센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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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북부 쿠르드족 거주 지역에 VX를 살포해 수천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VX는 1995년 일본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 테러 때 사용한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의 독성을 발휘한다. VX의 독성은 노출된 양, 방식,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체 상태로 노출되면 몇 초 내로 증상이 나타난다. 액체 상태이면 수분에서 최대 18시간이 걸린다. 김정남 암살에는 액체 상태 VX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VX를 포함한 신경작용제, 질식작용제 등 25종에 달하는 화학작용제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2500~5000t의 화학무기를 저장하고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생물무기를 자체 배양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VX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더 록’(1996년 작)에도 등장한다. 영화에서 미국 해병 여단장인 프랜시스 허멜 장군은 극비 군사작전 중 전사한 장병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치명적 살상용 화학가스인 VX가 장착된 미사일을 샌프란시스코에 발사하겠다고 미국 정부를 위협한다. 영국 BBC 드라마 ‘아이 스파이 애포칼립스’에서도 VX가 이용된 테러 위협이 소재로 등장한다.

범행에서의 사용 방식과 관련, 홍세용 순천향대 천안병원 교수는 “두 액체가 섞이면 VX가스로 기화하는 전 단계 물질을 각각 따로 발라 주는 식으로 VX를 전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법의학부 학과장인 브루스 골드버거 박사는 “두 용의자가 해독제를 투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두 여성 용의자가 섞이면 VX로 변하는 서로 다른 화학물질을 손에 묻힌 후 김정남의 얼굴에서 혼합해 독성을 띠게 했고 범행 전후에 해독제를 복용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VX는 주사로 놓는 해독제가 있으며, 이라크전쟁 때는 미국 군인들이 전장에 나갈 때 화학무기 노출에 대비해 해당 해독제를 소지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와 관련, 지난 22일 쿠알라룸푸르의 한 고급 아파트를 급습해 말레이시아 국적의 30대 남성을 체포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발견됐다. 경찰은 또 다른 아파트를 덮쳐 다수의 화학물질과 장갑, 신발 등을 압수했다. 급습 때는 소방대원이 안전을 확인한 뒤 현장에 진입했으며, 경찰 감식반은 실내에 화학물질이 있을 가능성에 대비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7-02-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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