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이동편의·취재환경 등 인프라 우수 평가…‘중립지대’ 성격트럼프, ‘판문점 카드’ 배제하면서 급부상…일각선 평양 가능성도 거론정상회담 날짜는 불확실…6월 초순 무게 속 G7 이후 중순 개최설도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중립적 외교 무대’로 평가받는 싱가포르가 유력해지고 있다.박수치는 북미 정상
김정은(왼쪽)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중앙통신,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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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는 시기를 정했고 회담 장소를 정했다. 우리는 사흘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때 회담 장소로 직접 거론했던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에 대해서는 “거기는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외교가에서는 자연스럽게 싱가포르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 대좌할 장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유력 외신도 싱가포르가 첫 북미정상회담 개최지가 될 것이라는 보도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CNN은 미국 정부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미정상회담을 싱가포르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받고 준비작업에 착수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정상회담 추진 사정에 밝은 익명의 두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최종 결정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미국 관리를 인용, 싱가포르가 가장 유력한 정상회담 개최지라고 보도했다.
또 익명의 미국 관리는 블룸버그통신에 “(회담 장소) 결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동남아 국가도시(싱가포르)에서 회담을 여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폭스뉴스 역시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는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과 제삼국인 싱가포르가 꾸준히 거론됐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장소인 판문점은 역사적 북미정상회담의 상징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리얼리티 쇼’처럼 흥행 이벤트에 익숙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개최지로 선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 관리들은 북미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개최되는 것 자체가 북한에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고 회담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려해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미 앞선 남북정상회담 개최지로 세계인의 눈길을 끈 판문점이 자신의 최대 치적이 될 수 있는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는 ‘신선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백악관 참모들은 보다 ‘중립적’인 싱가포르가 적합한 장소라는 의견을 집중적으로 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경호와 안전성, 교통과 이동의 편의성, 취재환경 측면에서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데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상간 회담을 주선하는 등 역사적 회담을 중재한 경험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싱가포르는 북한과 외교관계가 있고 북한 대사관이 위치하며, 아시아권 제3국 외교를 자주 원활히 진행한 바 있는 곳”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가 회담 장소로 확정된다면 외교적 협상 무대로 손꼽히는 샹그릴라 호텔이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샹그릴라 호텔에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례안보회의인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가 2002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역사적 첫 정상회담도 바로 이 호텔에서 열렸다.
일각에서는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북한의 수도인 평양이 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1972년 중국을 직접 방문해 ‘죽의 장막’을 걷어내고 미중 수교의 화룡점정을 찍은 것과 같은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의 다양한 수준의 외교적 접촉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가운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 정전협정 체결, 평화체제 전환 등 주요 현안을 놓고 양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사전 합의에 이른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수도인 평양을 찾아가 김 위원장과 드라마틱한 담판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현직 대통령을 북한 건국 이래 최초로 안방에 불러들이는 모습이 내부 지도력 강화, 체제 결속 등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평양 회담을 선호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때마침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2차 방북을 계기로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함으로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한층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한편, ‘하루일정’으로 확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시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5월 말에서 6월 말까지 회담 날짜를 놓고 외신 보도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6월 초·중순 사이에서 ‘택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AP통신은 “회담 시점은 이달 또는 6월 초로 예정돼 있다”고 보도했고, NBC 방송은 “싱가포르가 5월 말 혹은 6월 초에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의 유력 개최지로 부상했다”고 했다. 폭스뉴스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6월 말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의 일정,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와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일정을 고려할 때 다음달 초 또는 중순이 유력하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아시아 안보회의는 다음달 1∼3일 싱가포르에서, G7 정상회의는 8∼9일 캐나다에서 열린다. 또 11일에는 리셴룽 총리가 하루 일정으로 일본 출장길에 오르며 14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다.
신문은 “과거에도 (싱가포르) 총리는 자국을 방문하는 외국 정상과 관례적으로 면담했다. 2015년 양안 정상회의 때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을 따로 만났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만난다면 똑 같은 방식으로 의전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나트남 국제연구소의 그레이엄 옹-웹 박사는 “모든 요소를 고려할때 6월 중순이 유력하다”며 “ 아시아안보회의를 위해 마련된 경호와 의전 시스템 등을 활용한다면 6월 4∼6일 개최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촉박하게 캐나다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