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굳히기 나선 힐러리…공격적으로 돌변한 샌더스

대세 굳히기 나선 힐러리…공격적으로 돌변한 샌더스

입력 2015-11-07 14:42
업데이트 2015-11-0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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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오바마 정책 계승할 적임자”…흑인·히스패닉 표심 겨냥샌더스, 힐러리 때리기 나서’돈선거’·키스톤·시리아파병 놓고 차별화

6일(현지시간) 미국 동남부의 사우스캐롤라니아주 락힐에서 MSNBC 방송 주관으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포럼’은 예상대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버니 샌더스 후보간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선두주자로서 대세를 굳히려는 클린턴 후보와 현 경선판도를 뒤집어보려는 샌더스 후보간의 공방이 뜨겁게 펼쳐졌다.

물론 이번 포럼은 후보자간 직접적 ‘맞대결’이 아니라 MSNBC의 간판앵커 레이철 매도우가 후보들을 순차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간접토론 무대였다.

이에 따라 지난달 13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1차 TV토론 때보다는 긴장감이 떨어졌지만 자질과 정책적 능력 면에서 서로 우위를 과시하려는 경쟁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특히 1차 TV토론 때 ‘신사적’인 태도를 보였던 샌더스 후보가 이번 포럼에서 공격적으로 돌변해 주목을 받았다. 민주당의 진보적 어젠다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임을 자처한 샌더스 후보는 선거재정 문제와 국내외 정책현안을 놓고 클린턴 후보에 선명한 각을 세웠다.

그는 특히 클린턴 후보가 월스트리트와 대기업들의 후원에 의존하는 ‘돈 선거’를 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샌더스 후보는 “클린턴과 나 사이에는 많은 이견이 있다”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선거재정 개혁에 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주류정치와 주류 경제가 모든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면 나는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 경제는 망가지고 선거재정 시스템은 부패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나는 슈퍼팩(액수에 제한없이 합법적으로 선거자금을 기부할 수 있는 조직) 없이 민초(民草)들로부터 소액기부를 받고 있다”고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샌더스 후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캐나다와 멕시코만을 잇는 키스톤 파이프라인 건설을 불허하기로 결정한데 대해 “너무 늦은 결정”이라며 “익명의 후보들과는 달리 이 결정은 나에게 너무나 쉬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0년 국무장관 재직시절 키스톤 파이프라인 건설을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가 이후 반대입장으로 정리한 클린턴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클린턴 후보가 2002년 이라크 전쟁 찬성에 이어 최근 시리아 특수부대 파견을 지지한 것도 비판했다. 샌더스 후보는 “나는 시리아 파병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샌더스 후보는 그러면서 자신의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총기규제 문제를 놓고 클린턴 후보가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93년 당시 신원조회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총기소유를 허용해주는 ‘브래디법’에 반대하는 것을 문제삼아 자신이 마치 총기규제에 미온적인 것처럼 몰아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샌더스 후보는 “나는 1980년대 후반부터 총기업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총기규제를 지지해왔다”며 “다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자살과 살인충동을 느끼는 수천명이 총기를 들고 거리를 걸어다닐 수 없도록 하는게 보다 중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후보는 샌더스 후보의 공격에 맞대응하기보다는 자신이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적 업적을 발전적으로 계승할 적임자임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맞섰다.

샌더스 후보보다 안정감과 경륜을 갖춘 후보임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지난 2007년 경선당시 오바마 대통령을 전폭 지지했던 흑인들의 표심을 끌어오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클린턴 후보는 “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진보의 업적을 더 진전시켜나갈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초기 금융위기에 대처해야 했지만 나는 진보적 명분을 추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후보는 특히 앵커가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강경주의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나는 진보적 가치를 실현할 전사”라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사들로부터 고액의 강연료를 받은 것을 문제삼는 질문이 나오자 클린턴 후보는 “나는 뉴욕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며 “만일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이 나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를 잘 모르는 것”이라고 피해나갔다.

그는 이어 공화당 후보들을 후원하는 거부(巨富)인 찰스 코치와 데이비드 코치 형제를 거명하며 “이들은 화석연료 산업, 다시 말해 석탄을 공기로 보내는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클린턴 후보는 지난 2007년 경선 때 자신이 뉴욕 나스닥을 방문한 사실을 거론하며 “나는 금융사들에게 투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금융시장의 붕괴를 예감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후보와 샌더스 후보는 이날 앵커가 기습적으로 던진 개인적 질문들을 재치있게 받아넘겼다.

클린턴 후보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으냐’는 질문이 나오자 “스페인어”라며 “미국에는 스페인어로 말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점차 영향력이 커져가는 히스패닉계의 표심을 겨냥한 답변이었다.

클린턴 후보는 ‘공화당 대선후보 가운데 누구를 부통령으로 고르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며 “내가 언급하는 사람이 공화당 내에서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피해나갔다. 거듭된 질문 공세에 “고르고 싶은 공화당원들이 있지만 공화당 대선후보 가운데에는 없다”고 답했다.

앵커는 클린턴 후보와 남편인 빌 클린턴 대통령이 결혼식날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클린턴 후보에게 ‘남편에게 내가 먼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클린턴 후보는 “1999년까지 공직 출마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샌더스 후보는 ‘만일 정치인이 아니라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CNN 사장이 되고 싶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내가 CNN 사장이 되면 언론이 정치를 다루는 방법이 급격히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샌더스 후보는 “사람들이 나의 성격이 좋지 못하고 내가 지나치게 진지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며 “나는 7명의 아름다운 손주들을 갖고 있고 이들은 내 삶의 기쁨”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와 샌더스 후보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는 마틴 오맬리 후보는 이날 나름대로 논리적이면서도 강단있는 답변을 내놔 호평을 얻었다.

오맬리 후보는 “나는 평생 민주당원으로서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존 케네디의 당을 믿는다”며 “자칭 사회주의자는 민주당의 충성스러운 당원이 아니다”라고 무소속 출신인 샌더스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또 자신이 메릴랜드 주지사 출신임을 강조하면서 “지방정부에서 15년간이나 행정경험을 쌓았다”며 “동성결혼과 총기규제 입법 등 진보적 어젠다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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