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코 “입학제안 기록없어”…카슨 “’비공식’ 제안…응시한 적 없다”CNN “지인들, 카슨 ‘폭력성향’ 기억못해”…카슨 “언론이 마녀사냥” 반발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선두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벤 카슨 후보가 언론과 ‘검증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뉴스채널인 CNN과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가 카슨 후보를 극적인 대선주자로 만들어놓은 청소년기 행적을 샅샅이 뒤지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자 카슨 후보가 “마녀사냥”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

폴리티코는 6일(현지시간) 카슨 후보가 자서전 ‘타고난 재능’(Gifted Hands)에서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로부터 전액장학금을 조건으로 입학을 제안받았다고 밝힌 대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카슨 후보는 1990년 펴낸 이 자서전에서 고교 재학 중이던 1969년 당시 윌리엄 웨스트모어 육군참모총장을 소개받아 만찬을 함께 했고 그 자리에서 전액장학금을 받고 육사에 입학할 것을 제안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폴리티코는 밝혔다.

폴리티코는 그러나 웨스트포인트 측에 진위여부를 문의한 결과 테레사 브리커호프 대변인으로부터 “카슨이 응시를 했거나 입학을 제안받았다는 어떤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그러면서 카슨 후보의 경선캠프가 “자서전의 관련 내용이 허위였다”고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카슨 후보 측은 “거짓말을 한게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카슨 후보 측은 “당시 군 사령관들로부터 구두로 ‘비공식적 제안’을 받은 것”이라며 “카슨 후보는 그 제안을 즉각 거절하지 않고 고민을 한 결과 의사의 길을 가는 것이 맞다고 보고 예일대에 진학했다”고 해명했다.

‘전액장학금’을 거론한 이유에 대해서는 “미시건 주 디트로이트 시 학생군사훈련단(ROTC)의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성적이 우수해 당시 군 사령관들이 돈을 받지 않고도 육사를 다닐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카슨 후보 측은 그러나 “카슨 후보는 지금껏 단 한번도 웨스트포인트에 응시했다거나 입학허가를 받았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며 폴리티코의 보도는 ‘언론에 의한 박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카슨 후보는 강연이나 언론인터뷰 등 공개석상에서 웨스트포인트에 응시했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카슨 후보 측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자 폴리티코는 당초 “카슨 후보가 자서전 내용을 ‘조작했다’(fabricated)”는 제목을 뽑았다가 이후 수정·보완한 기사에서는 ‘조작했다’는 대목을 삭제했다.

다만 폴리티코 측은 “우리의 기사를 지지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같은 날 카슨 후보는 청소년기의 행적을 놓고 CNN과도 한판 싸움을 벌였다.

카슨 후보는 자신이 청소년기 폭력성향이 심했던 ‘문제아’였으나 기독교 신앙을 통해 회개하고 새롭게 거듭났다는 사실을 공개하 바 있다. 특히 지난달 말 한 방송에 나와서는 “14살때 급우를 칼로 찌르려 했고, 벽돌과 야구방망이 등을 들고 다니며 사람들을 위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CNN의 스콧 글로버와 메브 레스턴 기자는 카슨 후보의 친구와 교우, 이웃주민 등 9명을 상대로 탐문을 한 결과 이중 누구도 카슨 후보가 분노를 표출하거나 폭력적 성향을 보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카슨 후보는 CNN의 오전 뉴스프로그램인 ‘뉴 데이’에 나와 “전부 거짓말”이라며 “언론의 보도가 한심하고 애처롭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동일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카슨 후보는 또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육사로부터 장학금을 제안받았는지 아닌지는 큰 문제이고 오바마 대통령이 학사기록을 은폐한 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냐”며 언론이 이중잣대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