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종기도회 7분 지각 프란치스코 교황 “엘리베이터에 25분 갇혔어요”

삼종기도회 7분 지각 프란치스코 교황 “엘리베이터에 25분 갇혔어요”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9-02 06:58
업데이트 2019-09-02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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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처 주문, 이슬람권 둘 등 13명의 추기경 후보 명단 깜짝 발표

1일(현지시간) 정오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 광장을 바라보는 집무실 창가에 7분이나 늦게 나타난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도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바티칸 AFP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정오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 광장을 바라보는 집무실 창가에 7분이나 늦게 나타난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도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바티칸 AFP 연합뉴스
휴일인 1일(현지시간) 정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신자들 앞에서 집전하는 삼종 기도회에 7분이나 지각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광장에 모인 신자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약속된 시간에 성베드로 대성당 오른쪽에 있는 사도궁의 창문이 열리지 않은 것이다. 이탈리아 현지 방송에 생중계되는 삼종 기도회에 교황이 늦게 나타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어릴 적 폐 일부를 잃은 교황에게 건강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늘어놓을 정도였다. 교황은 이따금 좌골쪽 통증으로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교황은 정오로부터 7분쯤 흘렀을 때야 집무실이 있는 사도궁 창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신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려는 듯 “우선 늦은 이유를 말씀드려야겠다”고 입을 연 뒤 “정전으로 엘리베이터에 25분이나 갇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방관들 덕분에 무사히 구조됐다”면서 자신을 엘리베이터에서 빼내 준 소방관들에 대한 박수를 요청했다.

교황이 당시 엘리베이터에 혼자 있었는지,수행원들과 함께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15년 두 수녀가 바티칸 내 엘리베이터에 사흘이나 갇힌 사례가 있지만 교황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교황은 이어 미리 준비한 강론을 시작했는데 정치 지도자들이 기후변화의 위험에 맞서는 더욱 간절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모든 이들이 화석연료에 의지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모색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교황은 또 다음달 브라질 아마존의 대화재와 함께 원주민들을 박해하고 있지 않느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추기경 회의를 열겠다고 공표했다.

교황은 이날 삼종 기도회 말미에 13명의 신임 추기경 명단을 깜짝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80세 미만인 10명은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고 교황으로 선출될 수도 있다. 쿠바, 콩고, 과테말라 등 개발도상국 출신이 다수 포함됐으며, 이슬람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모로코와 인도네시아에서도 한 명씩 배출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번에 추기경에 오른 사제 대부분은 이주민 문제 등 사회 이슈에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비기독교인들과 교류를 중시하는 교황의 생각을 공유하는 인물들이다.

추기경 출신지를 유럽 일변도에서 아메리카·아시아·아프리카 등으로 다양화하고 가톨릭 교회가 소외된 이들의 버팀목이 되기를 소망해온 교황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내달 5일 교황이 소집하는 추기경회의에서 정식 임명될 예정이다.

추기경은 가톨릭에서 교황 다음의 최고위 성직자로 세계 교회 운영에서 교황을 보좌한다. 현재 전 세계 추기경 130여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70여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나머지는 이전 교황 시절에 각각 임명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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