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새 난민촌 짓는다지만 주민들과 난민들 반발, EU 설득 난제

그리스 새 난민촌 짓는다지만 주민들과 난민들 반발, EU 설득 난제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9-14 10:36
업데이트 2020-09-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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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 캠프에 머무르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과 다음날 화재로 한뎃잠을 이루는 난민들이 미틸레네 마을의 한 건물 옥상에서 13일 아침을 맞고 있다. 난민들이 거리를 헤매고, 길바닥에 텐트와 천막를 친 채 노숙하고 있다. 미틸레네 AP 연합뉴스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 캠프에 머무르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과 다음날 화재로 한뎃잠을 이루는 난민들이 미틸레네 마을의 한 건물 옥상에서 13일 아침을 맞고 있다. 난민들이 거리를 헤매고, 길바닥에 텐트와 천막를 친 채 노숙하고 있다.
미틸레네 AP 연합뉴스
그리스 정부가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과 다음날 두 차례 화재로 전소된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캠프를 대체할 새 영구 수용시설을 건립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13일 기자회견에 나서 기존의 모리아 캠프에서 거주해온 1만 2600여명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설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 모리아 캠프에는 2757명만 수용할 수 있었는데 정원의 다섯 배 가까이 초과해 여러 문제를 낳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난민 35명이 방역 지침을 어기고 잠적한 뒤 몇 시간 만에 화재가 발생해 이들이 방화하지 않았나 당국이 조사하고 있다. 모든 것이 불 탄 뒤로는 난민들이 도로나 주차장 바닥에서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영구 시설을 만든다는 것이어서 섬에 원래 살던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은 물론, 그리스 본토나 다른 유럽 국가로의 이주를 희망하는 난민들의 의사에 반(反)하고, 그리스의 재정 형편을 감안하면 유럽연합(EU)의 적극적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 적지 않은 반론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새 수용시설 건설에는 일주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키리아코스 총리는 EU이 역내 난민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는 “모리아 캠프 화재는 하나의 비극적인 사건이다. 이는 모두를 각성하게 하는 경고음”이라며 “유럽은 난민 문제 해결에 또다시 실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화재가 EU의 난민 대응 시스템을 개선할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의 얘기인즉 아라비아 반도와 북아프리카를 통해 지중해를 건너오는 난민들을 1만 2000명 정도 수용하면서 이들의 신원 확인 및 망명 심사를 차분하고 정밀하게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EU 차원에서 종합 관리하자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앞장서서 EU 10개 회원국이 당장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부모가 없는 미성년 난민 400명을 분산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이 정도로 인도적 의무를 다했다고 EU 회원국들이 버틸 수 있다는 점도 그리스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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