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 초판본 등 희귀 도서 240권 주인들에게 돌아가기까지

갈릴레오 초판본 등 희귀 도서 240권 주인들에게 돌아가기까지

임병선 기자
입력 2020-11-11 15:02
업데이트 2020-11-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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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권을 빼고 240권의 희귀 도서 대다수가 주인 품으로 돌아가는데 게 중 83권은 살짝이거나 상당한 정도로 훼손됐다. 런던경찰청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네 권을 빼고 240권의 희귀 도서 대다수가 주인 품으로 돌아가는데 게 중 83권은 살짝이거나 상당한 정도로 훼손됐다.
런던경찰청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4년 전 영국 런던 근교 펠트햄에 있는 창고에서 도둑을 맞은 희귀 도서 240여권 가운데 대부분이 주인들에게 돌아갔다.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의 초판본에다 이탈리아 시인 단테의 여러 희귀본,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드 고야의 스케치 등등 모두 250만 파운드(약 37억 7380만원)의 값어치를 지닌 것으로 여겨졌는데 두 명의 이탈리아 국적 도서 중개상과 독일 중개상 손에 다시 넘겨졌다고 영국 BBC가 10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부큐레슈티까지 찾아가 도둑 맞은 240권을 회수한 런던경찰청의 앤디 더럼 경사는 네 권은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83권은 약간이거나 많이 훼손됐다. 이들 희귀본은 지난 9월 16일 루마니아 북동부 네암트란 시골 마을의 한 주택 바닥에서 발견됐다. 땅 밑에 묻혀 있어서 물이나 찰흙 등에 피해를 입었고, 엉망인 도구에 훼손됐거나 이송 과정에 손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그 중 28권은 훼손 정도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를 받았고, 두 권은 도저히 원 상태로 복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초기 판정을 받았다.

이탈리아 중개상 알레산드로 리퀴에르는 “3년 반 뒤에야 이 끔찍한 얘기는 아주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됐다”면서 “희망에 가득 차 부쿠레슈티로 가면서도 얼마나 책들이 훼손됐을지 걱정이 조금은 됐다. 내 책들을 되찾게 돼 너무 기쁘고 대단히 기껍다”고 말했다.

같은 이탈리아 중개상인 나탈리나 바도는 “책들이 돌아오는 경험은 매우 긍정적이고 흥분되는 일이다. 3년 9개월 전에 도둑 맞았는데 내 책들을 다시 살펴보고 만지니 가슴에서 기쁨이 샘솟는다. 우리는 책을 한권씩 열어볼 때마다 어떤 상태인지 큰 기대를 갖곤 했는데 우리 작품들은 모두 좋은 상태였다. 물론 몇몇 훼손된 책들을 보며 아픔을 느꼈지만 좋은 책을 보면 대단히 행복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 북서부 펠트험의 창고에서 강탈당한 뒤 3년 반 넘어 루마니아 북동부 네암트의 시골 마을 땅 밑에서 되찾은 희귀 도서들 꾸러미. 런던경찰청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영국 런던 북서부 펠트험의 창고에서 강탈당한 뒤 3년 반 넘어 루마니아 북동부 네암트의 시골 마을 땅 밑에서 되찾은 희귀 도서들 꾸러미.
런던경찰청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2016년 도둑들은 마침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문 서적 경매에 출품하려고 배에 선적하기 전에 모아 둔 펠트햄 창고를 치밀하게 털었다. 이들은 히드로 공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창고 이웃의 세탁물 맡기는 장소에 먼저 침입한 뒤 창고 지붕에 구멍을 내고 감지 장치를 피하기 위해 두 명만 줄을 타고 12m 바닥에 내려가 책들을 훔쳐 달아났다. 그 뒤 갱단 전체가 동원돼 루마니아로 옮겼다.

런던 경찰청의 전문 범죄 수사팀은 3년 반 넘게 끈질기게 추적한 것이 결실을 맺었다. 사실 루마니아의 조직범죄단이 지목된 것은 사건 직후였다. 영국 전역의 고가품 창고들을 잇따라 털어 온 갱단의 실체가 파악됐다. 하지만 이들이 훔쳐간 책들을 되찾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유럽 여러 나라의 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6월 영국 전역은 물론, 루마니아와 이탈리아의 45곳 주소지를 샅샅이 뒤져 마침내 소중한 책들을 되찾았다. 13명이 기소됐는데 지난달 12명이 유죄를 선고받고 수감됐다.

더럼 경사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책들을 다시 만나 환해지는 피해자들의 얼굴을 지켜보며 행복했다”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아직도 종적이 묘연한 네 권의 희귀본 가치는 3만 1000파운드(약 4566만원)로 매겨진다. 런던경찰청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아직도 종적이 묘연한 네 권의 희귀본 가치는 3만 1000파운드(약 4566만원)로 매겨진다.
런던경찰청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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