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이, 프로 6개월 만에 29연승… 다양한 경우의 수로 최적의 선택
장기 천재 뒤에 인공지능(AI) 선생이 있었다. 일본 프로 장기계(界)에 입문한 지 6개월여 만에 연승을 거듭하며 국민적 스타가 된 중학교 3학년 ‘천재 소년 기사’ 후지이 소타(14) 4단. 지난 26일에는 타이틀전인 ‘류오전’ 일회전에서 지난해 신인왕 마스다 야스히로를 꺽고, 프로 입단 뒤 29연승이란 일본 장기계의 기록도 30년 만에 갈아치웠다.日중학생 장기 천재 후지이 소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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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제3세대 프로기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후지이 4단은 그동안의 기보 및 전적들을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하며 구체적 상황에서 최적으로 해답과 대안을 얻는 데 AI를 적극 활용했다. 1세대가 1990년대 컴퓨터를 데이터 처리 도구로 활용하고, 2000년대 제2세대는 컴퓨터 통신 기능에 기반해 인터넷 대국으로 활용한 것을 한 단계 격상시킨 것이다.
14세 소년 기사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공격으로 아버지나 삼촌 나이뻘 되는 프로기사들을 마구 흔들며 29연승을 세웠다. 프로기사 후카우라 고이치 9단은 “초반부터 적극적이고 경쾌하게 계마(桂馬)를 활용한 대각선 공격 등 기동성을 높이며 주도권을 잡아 나갔다”면서 “AI의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AI가 복잡한 상황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와 최적의 선택을 보여 주는 유용성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경험도 일천하고, 어린 14세 2개월짜리 소년이 AI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맞수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쌓은 뒤 이를 실전에서 써먹고 있는 셈이다. 노즈키 히로타카 8단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승부처에서 형세 판단의 정확성이 놀랍다”며 “AI의 연구를 통해 힘입은 바 크다”고 분석했다. 26일 대국에서 패한 마스다 4단도 “(후지이 4단이) 중반부터 종반까지 매우 강했다”고 평했다.
AI를 활용한 신세대 강자의 등장에 쇠퇴해 가던 일본 장기계는 화색을 띠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까지 나서 젊은 일본 세대의 힘을 강조할 정도다. 장기협회와 일본 기업들은 천재 기사를 활용한 마케팅에 골몰해 있다고 닛케이 등은 전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7-06-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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