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들꽃에게 얻는 삶의 위로…신간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산책길 들꽃에게 얻는 삶의 위로…신간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이은주 기자
이은주 기자
입력 2020-08-27 17:31
업데이트 2020-08-27 17:3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산책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들풀과 들꽃에게 조용한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비와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척박한 토양에서 지치지 않는 초록을 보면 애잔함과 함께 묘한 동지 의식마저 느껴진다.

이재영 작가의 신간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흐름출판)는 산책길에서 만난 유홍초, 고마리, 꽃다지, 쇠뜨기, 왕고들빼기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들풀과 들꽃에 주목한다. 마흔을 넘어 작가로서도 사춘기에 접어든 딸의 엄마로서도 흔들리기 시작한 어느 날, 가까스로 몸을 추스리고 나간 산책길에서 마주친 초록은 어느새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책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삶의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엮었다. 저자는 이름조차 모르던 꽃과 풀을 찾아보고 때로는 꽃말을 알아보며 알 수 없는 위로와 희망을 느낀다.

“클로버의 잎이 행복에서 행운으로 변하는 건 짓밟혀서라고 한다. 원래 세 장의 잎이 나야 정상인데 잎이 밟혀 생장점이 손상되어 기형적으로 잎이 하나 더 나는 것이라고. 그래서 시골 산책길에서는 찾기 힘들고 상대적으로 사람 많은 도시에서 행운의 네 잎을 발견하기 더 쉽다. 클로버의 이야기를 알게 된 후로 조금은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행복을 깨닫기 힘든 곳에 행운이 나타나고 행운을 찾기 어려운 곳에 행복이 가득하다는 것이”(책 31~32쪽)

저자는 물가이기만 하다면 깨끗한 냇물이든 하수구 주변이든 자리를 잡고 꽃을 피우는 고마리를 보며 인생이 어디로 무엇으로 흐르든 거기에서도 꽃은 피는 법이라고 위로를 받는다. 봄여름에 사람들에게 선택받지 않아야만 가을에 아이보리 톤의 꽃을 피우는 왕고들빼기를 보며 누군가에게 선택받아야만 제 몫을 할 수 있는 프리랜서로서의 애환을 달랜다. 매 순간에 충실했던 어느 날을 달개비꽃을 보며 기억하고, 서두르지 않고 담을 뒤덮는 담쟁이처럼 다시 천천히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도 자기만의 속도로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들풀의 반복되는 사계절을 지켜보며 몇 년에 걸친 긴 슬럼프가 조금씩 괜찮아졌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마흔은, 사십대는 흔들리지만 분명히 ‘괜찮아지는 날들의 합’이라고 이야기한다. 여행 에세이 ‘예쁘다고 말해줄 걸 그랬어’, ‘여행을 믿는다’에 이은 저자의 세번째 에세이다. 252쪽. 1만 3800원.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