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밭에 앉은 피아노·현악4중주… 희망·위로를 노래하다

흙밭에 앉은 피아노·현악4중주… 희망·위로를 노래하다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0-09-13 20:28
업데이트 2020-09-14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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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콘택트’로 꾸민 마포 M클래식 축제

난지천 공원 등서 ‘마포 6경’ 진행
코로나 상황 드론·360도VR 촬영
“음악이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
새달 6일부터 유튜브 통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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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문지원, 피아니스트 이섬승, 비올리스트 유리슬, 첼리스트 박건우가 실내악곡을 연주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온 마포 M클래식 축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카메라와 드론 촬영 등을 이용한 영상에 담겨 ‘마포 6경’이라는 이름으로 음악 팬들을 찾아간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문지원, 피아니스트 이섬승, 비올리스트 유리슬, 첼리스트 박건우가 실내악곡을 연주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온 마포 M클래식 축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카메라와 드론 촬영 등을 이용한 영상에 담겨 ‘마포 6경’이라는 이름으로 음악 팬들을 찾아간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흙밭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 위로 버드나무 잎이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풍경이 피아노와 현악4중주의 선율과 어우러졌다. 자연과 음악의 조화, 원래는 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지켜봤을 연주를 공중에 띄운 드론이 부지런히 찍었다. 관객들을 만나기 어려운 지금,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더욱 가까이 나누기 위해 연주자들도 한 곡을 반복해서 연주하며 반나절 동안 다양한 각도로 카메라에 음악을 담았다. 마포문화재단이 주최한 제5회 마포 M클래식축제는 이번엔 ‘디지털 콘택트’로 꾸몄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첨단 장비와 기술이 축제 계획에 급히 투입했다. 서울 마포구의 주요 명소에서 시민들과 클래식을 나누기로 했던 ‘마포 6경’은 인적이 드문 장소로 바뀌었고, 관객 대신 각종 카메라가 동원됐다.

지난 3일 월드컵공원에서 ‘평화의 도시, 일상을 담다’는 주제로 시작해 난지천공원, 하늘공원, 광흥당, 홍대거리 등에서 15일까지 촬영이 진행된다. 첼리스트 양성원·임희영, 피아니스트 문지영, 정다운 트리오, 현악4중주, 앙상블 오푸스 등이 참여해 곳곳에서 베토벤과 브람스, 슈만 등을 노래했다.

단순히 공연을 녹화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시네마틱 클래식’이라는 콘셉트로 한 편의 클래식 뮤직비디오를 찍는 과정은 보통의 무대보다 훨씬 복잡했다. 전체적인 연주 모습을 찍는 일반 촬영부터 연주자들의 표정을 가까이 찍는 인서트 촬영, 자연 속의 연주 장면을 찍는 드론 촬영, 보다 생생하게 연주를 즐길 수 있는 360도 VR 촬영 등을 모두 따로 진행해 연주자들은 한 곡을 5~6차례씩 연주했다. 관객이 있는 무대였다면 한 번씩 연주하면 끝났을 일이다. 그래도 연주자들은 지친 기색 없이 오후부터 시작된 촬영을 밤까지 이어 갔다. 간혹 클래식 선율에 발길을 멈추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는데 그러면 공원 관계자가 스태프들에게 주의를 주기도 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촬영에 참여한 스태프도 30명 이내로 제한됐다.

연주자들에게도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하루였다. 첫 촬영을 한 현악4중주의 바이올리니스트 문지원은 “관객들과 편하게 음악을 즐기는 일상이 사라진 지 오래였는데 이번 촬영으로 잠시 잊고 있던 자연과 음악이 있는 일상이 돌아온 것 같아 행복했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박건우도 “음악이 언제나 제자리에서 사람들을 위로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연주자들과 모든 스태프들이 한뜻으로 애를 쓰는 모습에 이 상황을 곧 이겨 낼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느꼈다”고도 말했다. 이렇게 담긴 ‘마포 6경’의 클래식은 다음달 6일부터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마포문화재단은 오는 26일 축제의 메인 콘서트에도 100명의 랜선 관객을 초대하기로 했다.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테너 김현수, 바리톤 김주택, 소프라노 캐슬린 김과 함께 무대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구민 합창단 100명도 랜선으로 합창곡을 선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0-09-1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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