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세대 업보로 인한 젊은 세대의 트라우마 이젠 뒤돌아봐야 할 때”

“위 세대 업보로 인한 젊은 세대의 트라우마 이젠 뒤돌아봐야 할 때”

김승훈 기자
입력 2015-11-04 22:34
업데이트 2015-11-0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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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3년 만에 장편소설 ‘해질 무렵’ … “근대화 기간 정신적 외상 성찰 취지”

소설가 황석영(72)이 신작 장편소설 ‘해질 무렵’(문학동네)으로 돌아왔다.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이후 3년 만이다. 위 세대의 업보가 현재 젊은 세대의 삶을 어떻게 짓누르는지를 개개인의 삶을 통해 파고들었다. 그는 “현재 시점에서 우리의 삶을 파편화된 개인을 통해 담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소설을 집필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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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해질 무렵’을 낸 소설가 황석영은 “해 질 무렵은 밤도 낮도 아니고 밤낮이 교차하는 시간으로, 인생으로든 하루로든 자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라며 “누구에게 잘못했는지 반성도 하고 회한도 생기고 기쁨, 슬픔, 노여움 등 여러 감정이 생기면서 자기 성찰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학동네 제공
3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해질 무렵’을 낸 소설가 황석영은 “해 질 무렵은 밤도 낮도 아니고 밤낮이 교차하는 시간으로, 인생으로든 하루로든 자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라며 “누구에게 잘못했는지 반성도 하고 회한도 생기고 기쁨, 슬픔, 노여움 등 여러 감정이 생기면서 자기 성찰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학동네 제공
작가는 이번 소설을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위 세대가 겪은 일은 과거의 회한이지만 현재진행형이다. 위 세대의 업보로 인해 주어진 현재의 현실을 젊은이들이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주제 아래 소설을 구성했다.”

소설은 60대의 성공한 건축가 박민우와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젊은 연극연출가 정우희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다. 박민우는 인생의 해 질 무렵에 서서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되짚어 본다. 더는 바뀔 것도, 꿈꿀 것도 없을 듯한 그의 일상에 생각지 못한 변화의 바람이 일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강연장에 찾아온 낯선 여자가 건네준 쪽지 속에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이름 ‘차순아’가 적혀 있었던 것. 그 작은 바람이 그가 소년 시절을 보냈던 산동네 달골, 아스라한 그 시절 가슴 설레게 했던 소녀를 불러온다. 함께 뒤엉켜 지내던 재명이, 째깐이 같은 사람들도 불러내며 견고하게만 보이던 그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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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희는 반지하 단칸방에서 산다. 음식점,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극연출가의 꿈을 키운다.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만 세상은 여유를 주지 않는다. 남자 친구 김민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다. 남자 친구의 자살 이후 그의 어머니도 쓸쓸히 홀로 죽는다. 정우희는 민우 어머니 차순아가 남긴 수기에서 그녀 마음이 한결같이 가리키던 박민우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박민우의 강연장을 찾아 그에게 첫사랑을 일깨우는 쪽지를 건넨다.

작가는 “서양이든 동양이든 근대화 기간에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있다. 우리는 30년간 근대화를 해치웠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더 깊다”면서 “조금 성장했을 때 뒤돌아봐야 한다. 뒤돌아봐야 할 때 뒤돌아봐야 어떤 문제가 구조화되거나 단단해지지 않는다. 그런 것에 대한 응답으로 이번 소설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5-11-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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