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게, 향기롭게… 옷 갈아입은 책

귀엽게, 향기롭게… 옷 갈아입은 책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8-04-04 23:22
업데이트 2018-04-0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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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소문난 ‘리커버 북’

책의 아름다운 표지를 음미하고 가만히 책장을 넘기며 종이의 질감을 느끼는 일은 독서 편력가들이 애정하는 책의 물성이다. 스마트폰이나 전자책이 영원히 흉내 낼 수 없는 종이의 혜택이기도 하다. 최근 텍스트를 읽는 재미에 책을 보고 느끼는 재미를 더한 출판계의 마케팅이 눈길을 끈다. 기존에 출간된 책에 새로운 옷을 입힌 ‘리커버 북’은 책의 물성을 강조한 대표적인 마케팅 사례다. 새 책 같은 효과를 낼 뿐더러 책의 희소성과 수집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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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그림 입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앞서 다양한 리커버 북을 선보여온 인터파크도서는 올해 첫 번째 리커버 북으로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장편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선정했다. 영국의 대표 작가의 작품인 까닭에 영국 품종 개인 웰시 코기의 캐릭터 무늬를 책에 입혔다. 인터파크도서 홍보팀 김진경 대리는 “반스의 이 소설은 스테디셀러이긴 하지만 20~30대 젊은 독자층은 별로 없다. 이 점을 고려해 젊은 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귀여운 이미지의 표지 디자인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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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취향 따라 네 가지 표지 ‘랩걸’

리커버 마케팅은 주로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나 당시 이슈에 부합하는 인기 도서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 출간된 책 중 이례적으로 새 옷으로 빨리 갈아입은 책이 있다. 출판사 알마에서 펴낸 과학교양서 ‘랩걸’이다. 여성 과학자인 호프 자런이 식물과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이 책은 지난해 2월 출간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독자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출판사는 책 출간 1년여 만인 지난 2월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 3곳에서 일제히 각각 다른 종류의 리커버 북을 선보였다. 오리지널 표지까지 더하면 총 네 가지 종류의 표지를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출간 직후 약 8개월간 1만 5000부가 나간 이 책은 최근 3개월에만 약 2만 5000부의 판매 부수를 올렸다. 북디자이너이자 알마 대표인 안지미씨는 “리커버 북 제작 요청을 받은 후 각 온라인 서점별 주요 독자층을 분석해 기호와 취향을 고려한 새 표지로 책을 장식했다”면서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매체로서 책을 소화하기에는 정보가 넘치는 상황 속에서 각각의 책이 지닌 서로 다른 재질과 촉감, 제책 방식 등은 종이책만이 지닌 특별한 아우라”라고 밝혔다.
#향이 물씬 ‘베개는 필요 없어…’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 후각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책도 있다.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봉현이 연인과 나누었던 내밀한 사랑 이야기를 기록한 에세이 ‘베개는 필요 없어, 네가 있으니까’다. 책 표지를 넘기자마자 ‘비 마이 필로’라고 적혀 있는 흰색 종이에서 향긋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마치 책 읽기의 행복감을 향기로 표현한 듯하다. 책을 펴낸 출판사 달의 마케터 강혜연씨는 “여행지와 일상에서의 사랑과 연애를 다루다 보니 침대, 베개, 이불, 옷, 리넨 같은 소재가 책 곳곳에 많이 등장하는데 그 느낌을 담기 위해 초판본 한정으로 코튼 향이 나는 시트형 섬유유연제를 삽입했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8-04-0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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