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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폭발처럼 온난화 막는다고? ‘하얀 하늘’ 재촉하는 인간의 착각

화산 폭발처럼 온난화 막는다고? ‘하얀 하늘’ 재촉하는 인간의 착각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2-09-15 17:44
업데이트 2022-09-16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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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스카이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김보영 옮김/쌤앤파커스/296쪽/1만 8000원

기술 통한 환경 개선 시도 조명
햇빛 반사 입자, 대기 색깔 바꿔
외래 어류, 잡초 대신 토종 파괴
취지 좋더라도 활용은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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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5년 대폭발을 일으켰던 인도네시아 숨바와섬의 탐보라화산. 당시 재와 함께 방출된 이산화황이 성층권 바람을 타고 전 세계를 떠다녀 지구의 기온을 낮추고 유럽에선 흉작을 가져왔다. 이산화황이 황산 액적으로 성층권에 머무르며 태양광을 산란시킨다는 점에 착안해 항공기로 빛 반사 입자를 살포해 지구 온도를 낮추자는 발상이 나왔다. 쌤앤파커스 제공
1815년 대폭발을 일으켰던 인도네시아 숨바와섬의 탐보라화산. 당시 재와 함께 방출된 이산화황이 성층권 바람을 타고 전 세계를 떠다녀 지구의 기온을 낮추고 유럽에선 흉작을 가져왔다. 이산화황이 황산 액적으로 성층권에 머무르며 태양광을 산란시킨다는 점에 착안해 항공기로 빛 반사 입자를 살포해 지구 온도를 낮추자는 발상이 나왔다.
쌤앤파커스 제공
최근 역대급 폭우와 태풍이 이어지면서 그 원인으로 지목된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사실 인류는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무수한 대책을 구상해 왔다. 예컨대 미국의 지구공학계에선 화산 폭발로 성층권(고도 10~50㎞)에 이산화황이 쌓이면 황산 분자가 태양광을 산란시켜 기온이 떨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마찬가지로 항공기에 20t가량의 ‘빛 반사 입자’를 싣고 18㎞ 상공에 살포하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광이 줄어들어 기온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화산도 지구를 식히는 데 인간이 못할 게 뭐가 있을까.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2015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작가 엘리자베스 콜버트는 신작 ‘화이트 스카이’에서 이처럼 지구의 위기를 인류의 지성과 기술로 해결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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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자는 오만한 생각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인류에게 경고한다. 우선 성층권에 빛 반사 입자인 탄산칼슘이나 황산염을 살포하더라도 몇 년이 지나면 다시 땅에 떨어지므로 계속 보충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수십 년간 하던 작업을 갑작스레 중단한다면 지구는 거대한 오븐의 문을 연 것같이 다시 급격한 온도 상승에 직면하게 된다. 무엇보다 더 많은 입자를 성층권에 살포할수록 하늘은 흰색으로 변해 더는 푸른 하늘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위기를 해결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예기치 않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인간의 노력과 상상력은 끝이 없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제거를 위해 1조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든지 올림픽 수영경기장 크기의 구덩이 1000만곳에 나무를 묻어 탄소를 격리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1조 그루의 나무를 심으려면 약 900만㎢의 면적이 필요하며, 이는 미국 전체 면적과 맞먹는 수준이다. 구덩이 1000만곳을 파려면 200만명의 인력과 20만대에 달하는 중장비로 1년 동안 작업해야 한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던 1950~60년대에는 인간의 편의에 따라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경악할 만한 발상이 나오기도 했다. 소련 과학자 표트르 보리소프는 러시아와 미국 알래스카 사이의 베링해협을 가로지르는 댐을 건설해 북극의 만년설을 녹이자고 제안했다. 북극해에서 차가운 물을 끌어올려 베링해에 쏟아 내면 북대서양의 따뜻한 물이 그 자리에 유입돼 극지방의 겨울이 따뜻해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인류의 편의대로 기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오만한 태도다.

저자는 생태계의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며 호기롭게 덤볐다가 감당할 수 없는 더 큰 재앙을 일으킨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일깨우기도 한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FWS)이 1963년 수생 잡초를 억제하고자 아시아 잉어를 도입했는데, 이들이 토종 물고기를 압도하면서 생태계를 파괴했다. 미국 시카고 운하에서는 강 수역을 넘나드는 외래 어류의 오대호 유입을 차단하려고 전기 장벽을 가동했다. 손가락 한 마디 길이의 멸종위기 물고기를 구하기 위해 거대한 콘크리트 수조를 만들어 원서식지를 재현하는 모습에서는 생물 다양성을 지키려는 처절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하나의 생태계를 제대로 작동하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그에 비하면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라고 탄식한다.

영국 환경운동가 폴 킹스노스는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뭔가를 하는 것보다 낫다. 또 때로는 그 반대다”라고 말한다. 여러 분야의 다양한 연구자가 제시한 의견들은 더는 지체할 수 없게 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이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애초에 인간에게 이렇게 할 권리가 있는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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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대호 인근 하천에서 전기충격을 받은 백련어(잉어의 일종)가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모습. 미국에서는 강 수역을 넘나들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 어류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전기 장벽을 가동했다. 쌤앤파커스 제공
미국 오대호 인근 하천에서 전기충격을 받은 백련어(잉어의 일종)가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모습. 미국에서는 강 수역을 넘나들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 어류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전기 장벽을 가동했다.
쌤앤파커스 제공
하지만 미친 것처럼 보이는 당황스러운 아이디어라도 “어차피 온전한 상태가 아닌 자연 생태계를 붕괴로부터 지켜 줄 수 있다면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저자는 되묻는다. 이제 인류는 산업화 이전 기후로 돌아갈 수 없고 하얀 하늘 아래서 살 것을 준비해야 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진 않지만 환경에 대한 인간의 영향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 내공이 느껴지는 책이다.

하종훈 기자
2022-09-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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