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신선… 재미·감동 다 갖춰

소재 신선… 재미·감동 다 갖춰

입력 2009-07-31 00:00
업데이트 2014-01-06 16:4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영화리뷰] ‘국가대표’

스포츠 영화를 볼 때 관심거리 가운데 하나는 얼마나 생생하게 경기 장면을 스크린에 옮겼느냐가 아닐까. 아무리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도 경기 장면에 박진감이 없다면 김이 새기 마련이다. 2007년 개봉해 40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핸드볼 경기 장면이 다소 어설펐다는 것. 익숙한 스포츠 종목이 소재라면 실제와 가깝게 재현하며 짜릿함을 주는 게 더욱 쉽지 않다. 현장에서나 TV 중계를 통해 경험했던 명장면들이 이미 관객들 머릿속에 숱하게 꽂혀 있기 때문이다.

영화‘국가대표’스틸컷
영화‘국가대표’스틸컷


29일 개봉한 ‘국가대표’는 기존 스포츠 영화에 견줘 경기 장면이 단연 돋보인다. 이 영화의 소재인 스키점프가 우리에게 아직 낯설다는 점이 시너지를 발휘한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스키점프 경기를 제대로 접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국가대표’의 경기 장면은 신선하다. 하지만 새롭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각도에서 화려한 비주얼을 제공하려고 3D시뮬레이션으로 다양한 콘티를 준비했다. 국내 최초로 기동성이 빼어난 레드원 카메라와 스포츠 중계에 쓰는 캠켓 카메라 등 특수 장비를 동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시속 90㎞ 이상의 속도로 활강한 뒤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의 쾌감을 놓치지 않는다. 때문에 영화 막바지에 스키점프 장면이 집중돼도 지루한 맛이 없다. 게다가 훌쩍 하늘로 날아오른 선수들의 발 아래로 관중석이나 눈 덮인 도시가 드넓게 펼쳐지며 스크린을 가득 메우는 순간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기존 스포츠 영화에서는 느껴볼 수 없었던 스펙터클이다.

변변한 지원과 장비도 없고 훈련장도 열악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톡톡히 겪으면서도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국내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에서 이야기의 큰 틀을 가져왔다. 겨울올림픽을 유치할 목적으로 대표팀을 급조하려고 어린이 스키 교실 강사 출신 방종삼(성동일)이 코치로 나선다. 그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미국 알파인 스키 주니어대표였다가 친엄마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 해외 입양아 차헌태(하정우)를 비롯해 저마다 사연을 지닌 흥철(김동욱), 칠구(김지석), 재복(최재환), 봉구(이재응) 등이 뭉친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에 출전해 얻게 되는 것은 메달이 아니라 가족애(愛). 각 캐릭터에 얽힌 개인사는 물론 창작이다. 곳곳에 뿌려진 웃음과 감동 코드가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적절한 완급 조절로 잘 버무려져 웃음과 눈물을 이끌어낸다. 갖가지 아이디어로 연습 장비와 시설을 직접 만드는 등 DIY식 훈련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재밋거리.

김용화 감독이 ‘오 브라더스’(2003), ‘미녀는 괴로워’(2006)에 이어 매끄러운 상업 영화를 또 하나 만들어냈다. 밴드 러브홀릭의 베이시스트인 이재학이 감독을 맡았고, 같은 소속사 플럭서스의 이승열, 호란, 알렉스 등이 대거 참여한 배경음악도 화면과 무척 잘어울린다. 124분. 12세 관람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9-07-31 19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