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편이 말하는 ‘외국인 아내와 산다는 것’

한국인 남편이 말하는 ‘외국인 아내와 산다는 것’

입력 2015-11-25 15:40
업데이트 2015-11-2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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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 아시아여성연구소, 배우자 수기 공모전 최우수상에 정영진씨

“아내가 자기 전에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여보는 왜 날 사랑해?’ ‘부부니까 사랑하지. 자꾸 그런 건 왜 물어?’ 나의 대답에서 약간의 짜증스러움을 느낀 아내는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소의 결혼이주여성 배우자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된 정영진씨의 글은 아내와 나눴던 짧은 대화로 시작한다. 3년 전 국제결혼 중개를 통해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그는 “부부니까 서로 사랑하려고 노력한 것이지 사랑해서 부부가 된 것은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서로를 알고 싶어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많은 대화를 했다던 부부. 하지만 지금은 아내의 한국어 실력이 늘었음에도 대화는 오히려 줄었다고 했다.

정씨는 “베트남 남자는 집안일을 많이 하는데 자기는 언제부턴가 아내에게 한국식으로 살 것을 요구했다”며 “아내에게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고 이유를 찾았다.

올해 처음 열린 이번 공모전에서 정씨를 비롯한 수상자들은 결혼 생활에서 이해와 배려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상작으로는 최우수상 1편과 우수상 2편이 뽑혔다.

우수상 수상자인 조용환씨는 수기에서 “사랑은 기다림”이라는 말로 결혼 생활을 정의했다. 9년 전 중개업체를 통해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그는 첫날밤 ‘시간을 조금 달라’며 자신을 거부하는 아내를 보고 당황한다. 중개업체는 아내의 여권을 감추고 전화도 통제하라고 조언했지만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조씨는 “여권을 무기로 아내를 잡아둬야 한다면 그것은 결혼 생활이 아니라 언제 도망갈지 모르는 아내를 볼모로 잡고서 불안하게 사는 것”이라며 아내를 기다렸고, 아내는 차츰 마음을 열었다.

수상작에 나타난 한국인 남편의 주된 고민은 육아였다. 언어부터 학교생활 지도까지 남편은 엄마의 역할까지 종종 해야 했다.

2006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둔 성희준 씨(우수상)는 “아이 음식 고르기부터 학원 알아보기까지 일반 가정 같으면 엄마에게 맡길 만한 일들이 내게 돌아왔다”고 적었다. 아이가 언어 학습과 대인 관계에서 또래보다 많은 문제에 직면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이중언어를 구사하며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은 뿌듯하다고 성 씨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겪을지 모르는 차별과 정체성 혼란은 여전히 걱정거리다. 성씨는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집단 따돌림, 소극적 대인 관계, 정체성 혼란 등의 심리적 부적응이 제일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조씨 역시 “결혼 이후 다문화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의식은 별로 나아지지 못해 아이들의 장래가 염려된다”며 정책적 지원과 사회 인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숙대 아시아여성연구소는 2008년부터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모국어로 쓰는 나의 한국 살이’ 공모전을 열어왔지만 올해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배우자 수기 공모전도 함께 개최했다.

연구소 측은 “배우자 수기 응모작들은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사실적인 이야기들”이라며 “특히 수상작은 역지사지의 마음과 한발 먼저 다가서는 아름다운 실천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이주여성 수기 공모전에서는 필리핀 출신 조은하(현지명 레오니자 헤노리스 아레노)씨가 대상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모두 33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은 다음 달 1일 오후 2시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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