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산체스(52) 스페인 총리가 29일 아내에 대한 부패 조사에도 불구하고 총리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24일부터 5일간 공무를 중단하고, 사임 여부를 고민했다.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 법원이 아내 베고냐 고메스에 대해 영향력 남용 및 부패 혐의에 대한 예비 조사를 개시했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무 중단을 알렸다.

총리는 아내에 대한 조사가 극우 노동조합 마노스 림피아스(깨끗한 손)의 불만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아침 펠리페 국왕을 만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과 가족이 견뎌야 했던 공격에도 불구하고 총리직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주말 자신의 사임을 반대하며 마드리드에서 열린 지지 집회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오늘 아침 국가 원수에게 말했듯이 나는 스페인 총리직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며 가능하다면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발휘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또 그는 또한 지난 몇 년 동안 스페인 대중에 스며든 정치 및 언론 공격과 중상모략, 소문과 거짓말의 문화를 종식할 것을 촉구했다. 총리는 “존엄성과 상식을 위해 사회 다수가 동원되어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견뎌온 부끄러운 정치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주말인 27일 산체스 총리가 소속한 사회노동당(PSOE) 마드리드 당사 앞에선 수천 명의 지지자가 모여 근거 없는 공격에 물러서선 안 된다며 총리직 유지를 촉구했다.

마노스 림피아스는 총리의 아내 고메스가 직접 운영하는 대학 석사 학위 과정의 후원자를 확보하기 위해 총리의 아내로서 가진 영향력을 이용했다고 비난했다.산체스 총리는 “마노스 림피아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정치적 성향이 명백하게 우파적이고 극우인 뉴스 사이트의 보도에 근거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자신의 정치적 반대파인 보수 인민당과 극우 복수당이 마노스 림피아스와 협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수 가톨릭 단체가 고메즈를 영향력 행사 혐의로 형사 고발했으나, 마드리드 검찰은 법원에 총리 부인에 대한 예비 부패 조사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8년부터 스페인 총리직을 맡고 있는 산체스 총리는 지난해 7월 조기 총선에서 국민당에 제1당 자리를 내줬으나 동맹 세력인 좌파연합 수마르,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들의 지지를 얻어 지난해 11월 연임에 성공했다.